벽화이야기

16세기 중엽 '관음보살도' 日서 발견

보리숭이 2015. 11. 27. 14:42
[동아일보]
후덕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관음보살이 한쪽 다리를 세운 채 연꽃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다. 그의 자비로운 눈길은 두 손을 합장한 선재동자를 향하고 있다. 화엄경(華嚴經)이 전하듯 53명의 선지식(善知識·불법에 밝은 수행자들의 스승)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처의 법을 간절히 구한 선재동자의 정성이 갸륵했을까. 관음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설법하는 동안 건장한 체구의 위태천이 불법을 수호하기 위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에서 피어오른 황금색의 연꽃과 더불어 입에 꽃을 물고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신비감을 더한다.

 

최근 일본 사찰에서 발견된 16세기 관음보살도. 한쪽 다리를 곧추세운 채 앉아 있는 유희좌 관음보살도는 조선불화에서 전례가 없다.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에게 불법을 구하는 화엄경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정우택 동국대 교수 제공

16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희귀 관음보살도가 일본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시대 관음보살도는 총 4점. 이 중 연꽃 위에 앉아있는 ‘유희좌(遊戱坐·한쪽 다리를 곧추세운 채 앉아있는 자세) 관음보살’을 묘사한 불화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통상 고려불화는 반가좌(半跏坐·한쪽 다리는 접고 다른 쪽 다리는 내리는 자세) 관음보살도, 조선불화는 윤왕좌(輪王坐·정면을 향해 무릎을 세우고 한 손을 짚은 자세) 관음보살도가 주류를 이룬다.

동국대 박물관장으로 불화 권위자인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최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가마쿠라(鎌倉) 시 사찰에서 매우 희귀한 도상의 선묘 관음보살도를 발견했다”며 “관음보살의 풍만한 얼굴과 윤곽선의 강약, 연꽃의 바림(한쪽을 짙게 색칠한 뒤 갈수록 엷게 칠하는 것) 기법 등으로 미뤄 보아 16세기 중엽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도상의 목판화는 충북 단양 구인사 소장본을 비롯해 6, 7개가 있지만 회화 작품으로는 알려진 것이 없다.

이번 관음보살도는 가로 119.2cm, 세로 70.9cm의 삼베 위에 그려졌다. 바탕을 붉은색으로 칠한 뒤 금색으로 윤곽선을 세밀하게 그려 넣은 전형적인 선묘불화다. 정 교수는 “이 그림은 중국 도상을 들여와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대표 사례”라며 “조선 전기 불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28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동악미술사학회에서 이 작품을 다룬 ‘조선 전기 신도상 선묘 관음보살도’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