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4일 월요일 / 글쓴이 이금미 / 바간
오후 2시 반에 <나전칠기공방>에 들렀다.
미얀마에 많이 나는 대나무를 잘게 잘라서 진흙으로 도자기를 빗듯 발우나 찻잔, 보석함 등을 만들어서 그 위에 칠기를 하고 여러 가지 문양과 색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수공업이다. 전시장에 들러서 여섯 개의 컵 받침대가 들어있는 푸른색의 무늬가 예쁜 통을 두 개 샀다. 큰 통이 8달러, 작은 통이 5달러이다. 작품을 만드느라 들인 공력을 생각하니 안쓰러워 한 푼도 깎지 않고 달라는 대로 주고 샀다.
< 마누하 사원(Mhanuha Temple) >
사원이라기보다는 미얀마의 고급스런 전통 주택처럼 보이는 건물이다. 아노리타왕이 남쪽의 타톤왕 마누하에게 경전을 달라고 했으나 거부하자 전쟁을 일으켜서 마누하왕을 감옥에 넣었다. 그 후 탈옥한 마누하왕이 조성한 사원이 마누하사원이다. 거대한 삼존불과 와불상이 인상적이다. 삼존불은 모두 사원에 꽉 찬 듯 거대해서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 특히 가슴 부분이 밖으로 심하게 돌출되었는데 이는 중생들의 고뇌를 가슴으로 다 받아준 결과란다. 삼존불의 뒤쪽에는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오른쪽으로 누워있는 와불상이 있다. 발톱 한 개의 크기가 사람 머리만한 와불상은 길이가 27.5m로 역시 좁은 공간에 꽉 차서 답답해 보인다.
사원 주변에는 키가 큰 야자수와 팝나무가 있다. 가이드는 팜나무의 열매즙이 12시간이 넘으면 발효해서 술이 되는데 이 술을 먹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남방의 소승불교와 북방의 대승불교 입장이 다르다고 한다. 여행 마지막 날, 쉐산도 파고다 근처 염주 파는 가게에서 가이드가 우리 부부에게 팝나무 부채 한 개를 선물로 사주었다.
-----팜나무 아래서----
<난파야(Nanpaya)>
마누하 사원 곁에는 마누하 왕이 포로로 있는 동안 감옥으로 쓰였던 난파야 사원이 있다. 이 사원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바간에서 보기 힘든 힌두사원이라는 점과 또 하나는 바간 건축의 주 소재였던 벽돌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사암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내부는 격자무늬로 구멍이 뚫린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오도록 되어 있을 뿐 사방이 꽉 막혀 어두컴컴하다. 중앙에는 사방에 기둥이 세워져 있는데 벽면에는 힌두교의 창조신인 브라흐만이 조각되어 있다. 브라흐만은 인도인이 제일 사랑하는 신이라고 한다.
----브라흐만-----
<구바욱지 파고다(Gubyaukgyi pagoda) >
벽화로 유명한 파고다이다. 내부는 굉장히 어둡다. 미얀마인이 전구를 밝혀주어서 벽화를 감상했다. 천장부터 벽면에 프레스코화로 부처님 생애 장면들, 544개의 자타카(부처님 본생담)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파고다 밖에는 미얀마에서는 보기 드문 비석이 하나 서있다. 비석에는 이 파고다의 불사 내역이 적혀있다고 한다. “윤회의 강을 건너서 세세생생 부처님 법문을 듣기를 원합니다.”라는 내용이란다. 나도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오늘 함께 여행을 하는 금강회원님들과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세세생생 좋은 스승을 만나서 부처님 법문을 듣기를 원합니다.”
<술라마니(Sulamani) >
붉은 색의 벽돌로 지은 완벽하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탑이다. 인도의 기념비적인 백색의 건축물, 타지마할이 저녁노을을 받아 붉게 물드면, 바로 술라나미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수평적인 구조가 중시되었던 초기 양식과 수직으로 솟아오른 중기 양식을 혼합한 양식이다. 실내는 밝고, 건물의 외벽은 사암을 박아 넣어서 구조적으로도 안전해 보인다.
< 담마양지(Dhammayan Gyi) >
바간 지역에서 가장 장중한 탑으로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쉽게 눈에 띤다. 탐의 본체와 첨탑부분이 훼손되어 마치 피라미드처럼 보인다. 바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의 벽돌 작품이다. 이 탑을 지은 나라투왕은 선왕인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제들, 자신의 부인마저 살해한 왕이다. 이 포악한 왕은 전쟁포로들을 시켜 탑을 건설하게 했는데 벽돌 사이에 접착제를 쓰지 않고 지었다. 벽돌과 벽돌사이 바늘침이 들어가면 작업한 인부의 팔뚝을 잘랐다고 한다. 붉은 벽돌들은 두부을 잘라서 틈 하나 없이 포개놓은 듯 촘촘하고 세밀하게 쌓아올려졌다. 공덕을 위해서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조성한 탑으로 지금도 보수를 하지 않아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내부에는 박쥐가 많이 살아서 박쥐의 배설물도 여기저기 보인다.
<쉐산도(Shwesandaw)>
황혼이 내릴 무렵, 수많은 탑들의 바다를 순례하느라 지친 육신을 이끌고 오늘 순례의 마지막 탑인 쉐산도에 닿았다. 1057년, 타톤을 정복하고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아노리타왕이 세운 첫 번째 탑이다. 타톤에서 가지고 온 불발 하나를 모시고 있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시기라서 탑에는 힌두의 신들이 많이 조각되어 있고, 와불도 있다.
고운 진흙가루가 순례자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욱하게 안개처럼 일었다. 다른 탑들보다 많은 사람들이 탑 위로 계속 오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개미떼의 행렬처럼 보인다. 다섯 개의 테라스는 가파르고 높지만 너비는 좁다. 철제 난간에 의지하여 겨우 기다시피 해서 정상 위로 오르자마자 우리는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동쪽과 서쪽은 가없는 평야이고 남쪽과 서쪽은 용의 등과 같이 완만한 산이 아스라이 보였다. 사방으로 펼쳐진 초원과 나무들을 배경으로 불그스레한 탑들이 수도 없이 여기저기 솟아있다.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엄한 광경이다. 서쪽으로 해가 떨어질 때 까지 탑 주변을 돌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했다. 오늘 여행의 백미이다!
끝도 없이 솟아있는 탑들을 보자 문득 화엄경에 나오는 인드라망 이야기가 생각났다. 눈앞에 펼쳐진 가없이 넓은 초원이 바로 제석천 궁전에 있는 큰 그물망인 인드라망이고 , 탑들은 그물코마다 달려있는 찬란한 구슬이다. 구슬마다 다른 구슬들이 얼비치어 중중무진, 거듭거듭 한량없이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주 듯 탑들도 서로를 겹겹으로 비추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에 대한 깨달음이 명징하게 다가왔다. 모든 중생들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박순호 가이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모든 생명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이웃을 위해서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아웃은 곧 나 자신과 같으니까요,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는 삶은 보시가 아니라 당위입니다.”
해가 넘어가자 빠르게 어두워졌다. 버스를 타고 이리와디강변의 멋진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탄성을 질렀다. 인적 없는 넓은 이라와디강이 장강처럼 말없이 흐르고 멀리 몇 점의 전기불이 보였지만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고요했다. 텅 비어서 더욱 아름다운 이라와디강에 금강회원들이 색색의 조각배가 되어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달이 없는 맑은 밤이어서 보석상자를 깨뜨려 놓은 듯 수많은 별들이 찬란했다. 강변 노천에 저녁 식탁이 옆으로 길게 차려져 있었다. 현지식이지만 음식들도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특히 미얀마 맥주가 일품이었다. 목젖을 타고 흘러가는 시원한 맥주는 타는 목마름과 피로를 일시에 씻어주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1인당 20불을 주고 단체로 발마사지를 받았다.
귀또리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달콤하고 조용한 밤이었다.
밍글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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