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탑의 땅 미얀마

미얀마 기행문 2일째/ 바간에서 1 - 이금미

보리숭이 2011. 2. 12. 23:55

2011년 1월 24일 월요일/ 글쓴이이금미/바간

 

밍글라바!

간밤에 몹시 추웠다. 미얀마는 열대몬순기후이다. 겨울철이고 건기에 해당하는 요즘, 한낮은 30℃의 따가운 날씨이고 밤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우리나라 초가을의 날씨와 같다. 미얀마는 난방이 없다. 침대 위에 깔아놓은 흰 시트는섬뜩하리만치 차갑다.초저녁 샤워 후 살짝 틀어놓고 잊어버린 에어컨의 냉기로 밤 내내 몹시도 추웠다. 내복을 입고, 목까지 오는 긴 티이를 입고, 양말을 신고, 이불을 뒤집어쓰고서도 덜덜 떨다가 새벽에 일어났다. 남편은 여행 전날 한 숨도 자지 못하다가 어제 미얀마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곤하게 잤다. 아침이 되자 남편에게 몸살감기와 설사 증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쉼 없이 낯선 곳으로 떠나야하는 것이 여행자의 운명 아닌가? 남편이 아프다니 회원님들이 다투어서 종합감기약, 한방감기약, 지사제, 직접 만든 백초 엑기스을 들고 왔다.

신발끈을 조이고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오전 6시 10분, 세도나호텔을 출발했다.

로칼 비행기를 타고 바간-냥우공항에 내렸다.

이번 미얀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바간’이다. 바간은 천 년 전의 버마인에 의한 미얀마 최초의 통일왕조(1044년~1287년)의 수도이다. 미얀마 중부의 이라와디강가 42k㎡ 면적에 2,500여개의 탑들이 보존되고 있으며, 캄보디아의 앙코르유적,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유적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대부분의 유적들은 지배자가 피지배자를 동원해서 만든 피의 유적이자만 바간의 탑들은 대다수가 왕족이나 민중들의 간절한 염원과 신심으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탑이어서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다. 바간 탑을 순례하는 데 입장료는 10불이다.

 

--- 바간, 냥우 공항---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박순호 가이드(법명이 ‘개산’이기에 여행 내내 우리는 개산거사님으로 불렀다.)는 미얀마가 신심 깊은 불교국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얀마 건국 설화에 따르면 석가모니부처님 당시 강대국인 코살라국이 석가족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코살라국의 강대한 힘에 밀려 석가족은 공주의 몸종을 몰래 코살라국 왕에게 시집을 보냈고, 후에 몸종의 몸에서 비유리왕자가 태어납니다. 비유리왕자가 장성한 후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카필라국에 쳐들어가서 석가족을 멸망시킵니다. 전쟁의 와중에 겨우 살아난 몇 몇 석가족이 도망쳐서 나라를 세운 곳이 바로 미얀마 북부입니다. 그리고 석가모니부처님이 성도 후에 최초로 설법을 한 사람이 미얀마 상인 두 명입니다. 그러니 이곳 미얀마는 불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나리입니다. 미얀마는 군부독재의 나라로서 흔히 치안이 불안한 곳이라고 하나 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입니다. 미얀마 사람들은 가난해도 부처님을 깊이 믿으면서 선량하게 살아갑니다.”

 

--- 보리수 아래서, 박순호 가이드와 함께---

 

<냥우(Nyaung Oo)재래시장>

공항에 내려서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냥우 재래시장이다. 우리나라 60년대의 풍경과 비슷하다. 순박한 미얀마인들이 펼쳐놓은 것은 주로 자잘한 과일과 야채들로 아주 풍성하다. 여인들은 하나같이 볼에 파운데이션 같은 화장을 했다. 숫돌에 ‘타나카’라는 나무를 갈면 연갈색 액체가 나오는데 이것을 얼굴에 바르면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피부결이 고와진다고 한다. 그리고 ‘라페통’이라는 차나물이 있다. 찻잎을 옹기에 넣고 1년 이상 숙성한 것으로 우리나라 김치처럼 매 끼니마다 미얀마인들이 즐겨먹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자, 여자를 통틀어 입는 월남치마 같은 ‘론지’ 파는 가게가 줄줄이 보인다. 우리 여행팀에도 많은 여인들이 론지를 사서 입고 다녔다. 아차, 동남아시아인 같이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편에게도 하나 사줄 걸 그랬다. 기막히게 어울릴텐데 말이다...!

 

 

--- 타나카 나무---

 

<쉐지곤(ShweZigon )>

첫 번째 탑 순례지는 쉐지곤이다. 쉐지곤이란 뜻은 ‘황금의 모래언덕’이란 뜻이다.

여기서부터 일몰 무렵의 순례가 끝날 때까지 양말을 벗고 맨발고 다녔다. 쉐지곤은 바간왕조의 아노리타왕이 스리랑카에서 부처님 치사리를 하얀 코끼리 등에 업고 오다가 코끼리가 멈춘 이라와디강 황금빛 모래톱에 세운 탑이다. 이 후 이 탑은 미얀마 전역의 탑들의 표본이 된다. 벽돌을 구워서 탑을 만들고 회칠과 청동으로 입히고 옻칠을 한 후 금으로 바깥을 둘렀다. 사각의 3단 기단 위에 발우를 엎어놓은 듯 한 모양이다. 탑 주변에는 화려한 꽃모양의 촛대같은 장엄물이 있고 사각의 모서리마다 머리 하나에 몸이 둘인 사자(마녹띠하)가 수호신처럼 서있다. 탑 주변으로 많은 부속건물들이 있다. ‘간탄’이라고 불리는 두툼한 미얀마종, 사문유관을 조각한 건물, 정령들을 모신 사당, 발우에 손을 넣고 해를 바라보는 두타행이 철저했다는 스님상들이 있다. 미얀마인들의 열렬하고 순박한 신앙심을 읽을 수 있는 탑이다. 정신이 물질을 압도하는 마지막 남은 은자의 땅이 바로 미얀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틸로민로(Htilominlo)>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이층의 사원이다. 마치 중세 유럽 우아한 성당 건물을 보는 듯하다.

바간 왕조의 8대 왕인 나다웅미아가 왕자의 신분일 때, 선왕이 5명의 왕자들 중에 우산을 던져 왕으로 결정했다고 ‘틸로민로(우산의 뜻대로)’라고 한다. 왕이 되었을 때 우산이 멈춘 곳에 세운 사원이 틸로민로사원이라고 전한다. 내부의 사면에 각각 불상이 한 분씩 모셔져 있고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사원 외부의 벽에는 아름다운 스투코장식이 있고 입구 양쪽에는 문지기 수호령인 ‘드발라’가 한 쪽 무릎을 세운 채 앉아있다.

 

 

--- 문지기 수호령, 드발라 ---

 

<아난다(Ananda)>

바간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사랑받는 사원 중에 하나이다. 히말라야 동굴 사원을 본떠서 만들었다 한다. 금빛 찬란한 탑신과 사방으로 나있는 돌출 출입구에 수많은 조각들을 장식하여 종교적 장엄과 함께 화려한 느낌을 주는 사원이다. 사원 안쪽과 바깥쪽 통로에는 수많은 벽감들이 마치 벌집처럼 뚫려있다. 벽감에는 많은 좌불상과 석가모니불의 생애가 표현되어 있다. 입구에는 티크로 만든 거대하고 두툼한 나무문이 있다. 나무문은 식물장식을 한 빗살격자무늬로 고풍스럽게 보인다. 서쪽 출입구 앞에는 거대한 불족적이 있다. 발가락의 지문은 동그랗게 겹겹이 표현되었고, 발바닥에는 108개의 작은 정사각형을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 그림들이 가득하다.

 

 

 

태양이 높게 치솟자 햇살은 사금파리같이 날카로웠다. 얼굴도, 발바닥도 불에 데인 듯 몹시도 화끈거렸다.

<난다식당>로 이동해서 전통인형극을 감상하면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 난다 식당 ---

 

--- 난다 식당, 인형극 ---

 

'트레저 리조트 호텔’에 짐을 풀고 1시간 동안 낮잠을 즐겼다. 낮잠은 꿀맛이다. 이번 여행의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는 낮잠이다. 수면은 두 개의 피크를 가지는데 낮잠을 자는 사람은 장수한다고 할 만큼 유익하다고 했다. 미얀마 전통 형태의 나지막한 호텔은 조용하고 격조가 있다. 푸른 잔디밭에 부겐벨리야와 줄지어선 무우수가 이국의 낭만을 자아낸다. 무우수는 아쇼카나무라고도 하는데 미얀야마 전역에 많이 보인다. 부처님이 룸비니 동산 무우수아래서 탄생했다고 하는 그 나무이다. 금강회에서 다녀온 인도 날란다대학의 무우수나무 아래서 단체사진 찍은 일이 생각난다. 그새 5년이나 시간이 흘러갔다. 점점 시간이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언젠가 우리 스님이 하신 법문처럼 시간이 낭떠러지로 뚝 떨어지는 것 같다.

 

--- 트레저 리조트 호텔 ---

 

 

---무우수(아쇼카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