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탑의 땅 미얀마

미얀마 기행문 6일째/ 양곤 1 - 류연식

보리숭이 2011. 2. 12. 23:43

 

2011년 1월 28일 금요일/ 글쓴이류연식 / 양곤

 

어제 양곤으로 돌아와 이제는 얼마 정도 익숙해진 세도나 호텔에서 저녁 자유시간을 즐긴 후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미얀마 여행의 하이라이트, 개산 거사님은 마지막에 나오는 ‘콘서트의 조용필’이라고 표현하신 쉐다곤 파고다를 만나보는 날이다. 그 곳에 가는 길에 쉐다곤 파고다 인근의 아웅산 묘소를 먼저 참배하였다.

아웅산 장군은 아웅산수치 여사의 아버지로 미얀마의 독립 영웅이다. 이 묘역에는 아웅산 장군을 비롯한 독립 투사들이 안장되어 있는데, 붉은 콘크리트 벽에 흰 별이 그려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산 거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독재 중인 군부가 독립 영웅들의 영혼을 억누르기 위해 ‘공구리를 쳤다’고 한다. 이곳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한 아웅산 폭파사건이 있었다.

데모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군부가 경찰을 동원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먼발치에서의 묵념 정도만 겨우 허용하여 우리는 잠깐의 묵념 뒤 쉐다곤 파고다로 향했다.

쉐다곤 파고다는 쉐(금), 다곤(양곤의 옛 지명), 파고다(탑)의 뜻으로, ‘다곤의 금탑’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곳에는 부처님의 머리카락 8올이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불발은 버마 상인 2명이 부처님한테서 얻은 것이다. 그들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세상에 처음 나아가셨을 때 만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러한 불발을 대단히 귀하게 여겨, 사진 외에는 공개하지 않고 소중히 모시고 있다. 개산 거사님은 우리에게 이에 얽힌 재미있는 우스갯소리를 들려 주셨다.

“이 불발은 버마 상인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답답한 마음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다가 떨어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쉐다곤 파고다

우리는 외국인들을 위해 마련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쉐다곤 파고다에 입장하였다. 5$의 입장료를 내고 가슴에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갔는데, 이 스티커가 없으면 파고다를 관리하는 신도위원회에서 잡으러 올 수도 있다기에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이고 들어갔다.

만 평 정도나 된다는 쉐다곤 파고다에서 우리가 제일 처음 만난 것은 파고다 경내의 보리수였다. 아쇼카(Ashoka) 왕의 딸인 상가밋타(Shangamitta) 공주가 인도 붓다가야의 보리수 가지를 가져와 심은 것이 스리랑카의 아누다라푸라에 있는데, 이 나무 역시 그와 같은 보리수로, 이곳 사람들은 이 나무를 국보 모시듯 한다고 한다.

쉐다곤 파고다는 높이 99m가 넘는 거대한 탑이다. 벽돌로 조성된 탑에 회칠을 한 후 직접 금판을 붙이거나 청동판을 붙인 뒤 개금하여 표면 전체가 온통 금으로 덮인 탑으로, 금의 양이 60,000kg에 달할 것이라는 개산 거사님의 설명이 있었다. 그 외에도 꼭대기에 76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등 수많은 보석으로 장식된 엄청난 규모의 탑이다.

상륜부

76캐럿 다이아를 찾아보세요

처음 금을 보시하기 시작한 것은 신소부(Shinsawbu)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금을 보시한 것에서 출발하였다. 이후 수많은 왕들이 2배, 3배의 금을 보시하였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귀걸이 목걸이 등의 귀금속을 기증하여 탑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거대한 탑이 완성되었다. 보시한 보석 등을 올릴 곳이 부족하여 쉐다곤 파고다 경내의 박물관에도 보관중이라 하니 이곳 사람들의 쉐다곤 파고다 사랑은 놀랄만하다고 하겠다.

Golden Pagoda는 쉐다곤 파고다의 별당 중 하나에 모셔져 있는 쉐다곤 파고다의 모형으로 순금으로 조성되어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45인치(약 1.14m)의 높이의 탑으로 금 외에도 10캐럿의 다이아몬드 1개 및, 241개의 보다 작은 다이아몬드들, 1895개의 루비들 등으로 조성된 모형이다. 모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엄청난 물건이 아닐 수 없다.

골든 파고다

 

쉐다곤 경내에는 불탑의 동서남북 사방에 각각 과거의 3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이 안치되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서방정토를 상징하듯, 서쪽에 모셔져 있다. 그 바깥쪽에는 회랑이 있어서 우기에도 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인들에게 24시간 개방되는 기도처이자 쉼터이자 생활공간 같은 곳이다. 실제로 연인들의 데이트나, 결혼을 앞둔 양가의 상견례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등 이곳은 단순한 탑이나 사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말에는 흰색 옷에 감색 견장이 그려진 기도복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오는데, 이들은 주로 기도 동호회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불탑 주변에는 백옥으로 된 조그마한 불상이 드문드문 있다. 그 옆에는 은잔이 몇 개 놓여 있고, 그 아래에는 물이 담긴 큰 그릇이 있어 그 그릇으로 물이 계속 솟아나오게 되어 있다. 이 큰 그릇의 물을 은잔으로 떠서 불상 머리 위에 붓는 의식을 관욕식이라고 한다. 이곳의 전설에 따르면 자기 나이보다 하나 더 많은 숫자만큼 불상 머리에 물을 부으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우리들도 불상 머리에 물을 붓고 장수를 기원하였다.

그 옆 별당에는 화교들이 기증한 옥 불상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는 112캐럿이나 되는, 가격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든 엄청난 크기의 자연산 루비가 이마 띠 정 중앙에 장식되어 있다. 이는 화교들의 경제적 자존심을 반영하였다고 한다. 이 불상 주위 창살 안으로 사람들이 수많은 돈을 보시하였는데, 한 차례 수거한 뒤라서 지금은 바닥에만 지폐가 드문드문 보인다.

 

옥불상

한 별당의 불상 옆에는 공작과 토끼가 각각 좌우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일월을 상징한다고 한다. 즉 공작은 해, 토끼는 달을 상징한다.

양곤에서 뿐만 아니라 미얀마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 쉐다곤 파고다 경내에는 탑 주변에 72개의 크고 작은 별당이 있다. 이들에는 불상 등이 모셔져 있는데, 각 지방 장관 및 그 곳의 주민들이 금 등의 보석을 기증하여 별당 하나하나마다 특색 있게 조성되고 있다.

쉐다곤 파고다의 한 쪽에는 우산을 쓰고 합장한 상이 있는데 이는 이 탑이 있던 싱구타라(Singuttara)라는 옛날의 조그만 언덕에 파고다의 터를 닦은 오깔라빠(Okkalapa) 왕을 기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개산 거사님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빨리 지나치며 멀리서 가리키셔서 나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늘은 박물관이 문을 닫아서 박물관은 볼 수 없었다. 박물관은 금과 보석 등이 전시되어 있는 3층 건물로, 박물관을 열어도 이 모두가 공개되지는 않고 한 층만 공개된다고 한다. 유리관 안에 있어 바람이 통하지 않는데도 일 년 365일 내내 바르르 떠는 보리수 잎 모양의 것이 있다고 하는데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파고다 경내에 마하간다 종이 있다. 이 종은 영국인들이 대영박물관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두께가 두껍고 무거워서 도중에 물 속에 빠뜨렸다고 한다. 미얀마인들은 영국인들에게 자신들이 꺼내면 가져가지 말라고 제안하였다. 이에 영국인들은 자신들도 꺼내지 못했는데 어떻게 꺼낼까 싶어 그들을 얕보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얀마인들은 물 속에 잠수하여 대나무를 하나하나 종에 엮었다. 대나무를 엮고 또 엮자 부력에 힘입어 종은 떠올랐고, 미얀마인들은 종을 꺼낼 수 있었다. 영국인들은 약속을 지켜 이 종을 가져가지 않았고, 종은 결국 이곳에 모셔지게 되었다.

미얀마의 종들은 그 두께가 매우 두껍다. 때문에 작은 막대기로 가볍게 쳐도 소리가 잘 울려나온다. 쉐다곤 파고다 경내에는 민돈 왕이 보시하였다는 종도 있는데 길게 늘어진 줄같이 보이는 것들은 이곳 사람들이 공양한 긴 꽃줄기이다.

파고다 경내에는 재미있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일명 ‘이적의 나무’이다. 이 나무는 둥치가 굵은 나무인데 이상하게도 꼭대기 쪽에서는 말라죽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하여 주변의 파고다들보다 결코 더 높이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이 나무를 보고 이곳 사람들은 신령스럽다고 여겨 살아있는 목신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기도의 차원에서 줄기를 비롯, 가지와 잎 등에도 빼곡히 글씨를 적어 넣었는데,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글씨를 썼다.

그 옆 별당에는 더운 이곳의 기후를 반영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부처님이 더우실 테니 부채를 부쳐 시원하게 해 드리는 것이 큰 공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거대한 불상 위에 커튼처럼 된 구조물이 있고, 이에 이어진 쇠줄을 당기면 이것이 부채처럼 움직이게 된다. 이 불상은 손가락으로 가사자락을 살짝 집고 있는 특징도 있으며, 계란형의 검은 돌이 바닥에 놓여 있는데 이는 기도가 영험할 것인지를 가늠해 보는 ‘할맷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개산 거사님은 설명하셨다.

 

줄을 당기면 부처님께 부채를 부쳐준다

 

파고다 경내에는 오늘 문을 열지 않아 가보지 못한 박물관 외에도 사진실이 있어, 쉐다곤 파고다의 상세한 모습, 공개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설명, 파고다에 관련된 역사 등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파고다의 꼭대기에는 사진에 보다시피 수많은 보석들이 장식되어 있다. 이 보석들은 아래에서 보면 너무 높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사진실의 사진을 보고서야 크게 놀라고야 말았다. 76캐럿이나 된다는 다이아몬드가 중앙에 박혀 있고, 그 주변의 보석들도 놀랄 만큼 많이 있다.

파고다 안에는 우물처럼 파인 곳이 있는데, 이곳에 불발 및 유물 등이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 안에는 불발 외에도 부처님 생전에 쓰시던 바리때와 가사 등도 모셔져 있다고도 하나 확인된 바는 없는 사실이라 한다.

파고다 보수에 사용되는 대나무와 줄, 그리고 스님들이 보수된 파고다 제막식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진실에는 황금으로 된 소라 모양의 법라 사진, 가사가 모두 루비로 장식된 작은 불상 등등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쉐다곤 파고다 경내의 별당 중 거의 마지막으로 본 곳은 용왕이 부처님을 호위하는 별당이었다. 불상 앞에는 작은 배 모양의 금속 욕조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안에 물이 담겨 있었다. 이 물을 아픈 부위에 찍어 바르면 그 부위의 병이 호전된다고 하는 전설이 있어, 우리는 목, 손 등 드러난 부위에 얼른 물을 발랐다.

지금까지의 것들 외에도, 중앙의 불탑 및 주변의 수많은 별당들 중에는 시간상 미처 다 보지 못한 것들도 있을 것이고, 보고 왔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쉐다곤 파고다에 대한 내용은 여기까지이다. 쉐다곤 파고다 참배를 마친 뒤 우리는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행사를 하려고 오전 11시에 도착하기 위해 까바예(Kaba Aye) 파고다로 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