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양지 사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건립된 곳이다. 바간에서 가장 거대한 사원중의 하나인 담마양지는 나라파티시투왕의 아버지인 나라투왕이 세운 사원이다. 나라투왕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아버지 알라웅시투왕과 동생 그리고 아내까지 잔인하게 살해했다. 왕이 된 후에는 자신의 왕위를 빼앗길 것이 두려워 왕자들과 신하들까지 닥치는 대로 죽였다. 그리고 보위에 오른 후 자신의 과거를 참회하기 위해 지은 사원이 바로 담마양지다.
그러나 잔인한 성질이 참회 한 번 했다고 해서 어디 가겠는가. 사원 공사 중 노역자들을 너무 혹독하게 대하는 바람에 많은 원성을 샀다. 꼭 들어 맞아야 할 벽돌과 벽돌 사이에 바늘을 끼워 넣어 바늘이 통과하면 벽돌을 쌓은 사람들의 손을 자르거나 처형시켰다. 피붙이를 죽인 과오를 참회하려는 마음이 진심이었다 한들 그 참회를 위해 또 다른 과오를 저지른다면 그것을 어찌 진정한 참회라 할 수 있겠는가. 선택적인 참회나 일시적인 참회가 완전한 참회가 되려면 긴 시간동안의 수행이 필요하리라. 마치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해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에 배인 습관까지 다 고쳐 나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성자들은 깨달은 후에도 수행을 계속하지 않은가. 성자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잔악한 성질을 가진 나라투왕이나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는 나 같은 사람은 말해 무엇하랴. 마음이 곧 몸이라지만 마음에서 몸으로 건너가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지 모른다.
극악무도한 전횡을 휘두르며 왕이 되기 위해 2년 동안 피에 손을 담근 후 나라투왕이 왕관을 쓰고 산 시간은 겨우 3년이었다. 나라투왕의 부인은 인도의 한 왕국 빠떼익가야출신이었는데, 자신의 딸이 사위 손에 죽은 것을 안 빠떼익가야 왕이 8명의 무사를 바간에 침투시켜 나라투왕을 살해한 것이다. 그래서 나라투는 미얀마 역사에서 인도인에게 목숨을 빼앗긴 왕이라는 뜻으로 ‘끌라쨔 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어리석은 끌라쨔 민이여. 그대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고 얻고자 했던 것이 겨우 3년의 세월이었는가. 나 또한 끌라쨔 민처럼 뭔가를 얻기 위해 소중한 것을 잃고 살지는 않을까.
결국 나라투왕의 죽음으로 담마양지 사원은 미완성으로 남겨졌다. 그의 아들 나라파티시투왕이 슐라마니 사원을 지으면서도 이렇게 웅대한 담마양지 사원을 완성시키지 않고 남겨둔 것이 조금 의아하다. 노역자들의 한과 원망이 서려 있는 원한의 장소를 돌아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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