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제도

전통의 공립 명문고 계속 내리막 … 비평준화 고교 약진 [중앙일보]

보리숭이 2009. 2. 13. 08:53

올해 서울대에 세 명을 합격시킨 서울 문일고는 담임 교사들을 부부 동반으로 제주도 여행을 보냈다. 담임교사에 대한 포상 차원이다. 이 학교 김혜남 교사는 “전국의 일반계고 중 서울대 합격자 수에 신경을 쓰지 않는 학교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고교들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진학 실적이 좋지 않은 사립학교 교장이나 고3 담임은 물러나는 경우도 있다.

중앙일보가 10년간(1999~2009학년도) 전국 고교의 서울대 합격자 배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입시제도가 합격자 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신성적 반영 비중이 커지면서 특목고 출신 합격자 수는 2002학년도 이후 줄어들었다.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지역균형선발제를 도입하면서 한 명 이상 합격시킨 고교 수는 291개 늘어났다.


◆지역균형선발 위력=10년간 가장 큰 변화는 전통의 공립 명문고가 일제히 추락한 것이다. 서울의 경기고는 1969학년도 서울대에 314명을 보냈으나 99학년도 39명, 2009학년도에는 14명으로 급감했다. 40년 전보다 합격자 수가 20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의 경복고는 69학년도 111명, 99학년도 15명, 2009학년도 8명이었다.

또한 10년간 경북고(대구)는 17명에서 1명, 부산고는 12명에서 1명, 강릉고는 25명에서 7명, 춘천고는 18명에서 6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춘천고 관계자는 “외국어고와 과학고로 우수 학생을 빼앗기다 보니 서울대 합격자를 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명문고는 후기 일반계고에 속해 전기 선발을 하는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보다 성적이 다소 낮은 학생들이 지원한다.

반면 95년 개교한 안산동산고는 10년 사이 서울대 합격생을 5명에서 16명으로 늘렸다. 이 학교는 개교 10년 만에 대학진학률 기준으로 전국 5위권에 오른 비평준화 학교다. ▶‘집단 따돌림’이 없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비행 학생이 없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안산교육청 이우정 장학사는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연합고사를 치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우수 학생이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또 개교 이래 서울대 합격생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던 전남 강진고, 담양고 등 지방 고교들이 2005학년도부터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서울대가 학교 내신위 주로 뽑는 지역균형선발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과학고 뜨고, 예고는 건재=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등 과학고의 합격자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과학고는 99학년도부터 2006학년도까지 외국어고와 함께 서울대 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했다.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내신성적을 부여하는 비교내신제가 99학년도부터 폐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7학년도부터 과학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다시 늘었다. 서울대가 수시 특기자 전형의 자연계열 모집 인원을 확대하면서 과학고가 덕을 본 것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자연계열 특기자 정원을 2008학년도 628명에서 2009학년도 730명으로 늘렸다.

과학고와 달리 외국어고에서는 99학년도에 비해 2009학년도 합격자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정시 2단계 전형에서 내신성적이 많이 반영되면서 우수 학생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 학생들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청솔학원 오종운 소장은 “논술이나 면접을 잘 보더라도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예술고는 10년간 꾸준히 서울대 합격생을 냈다. 서울대 음대와 미대 모집 정원의 대부분을 예술고 출신이 차지한 것이다. 서울예고는 10년간 총 1025명, 선화예고 404명을 합격시켰다.

올해 고3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는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대는 정시모집 2단계에서 수능 점수를 처음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1단계에서 수능 점수로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학생부(50%), 논술(30%), 수능 (20%)을 반영키로 했다.

2009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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