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전경을 찍으러 남안동에 갔다가 오는 길에 군위휴게소에 소개된 화본역을 보고 찾아갔다.
1936년 완공된 화본역은 아직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몇몇 간이역이 이미 문화재로 등록됐지만 화본역은 올 하반기에나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요구할 예정이다. 화본역에 내리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전형적인 역사건물과 ‘화본역 시비’를 만난다. 박해수시인과 대구MBC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간이역 시비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것이다. 문화재도 아니고 볼거리가 많지 않은 간이역이지만 시비가 세워진 덕에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화본역의 또 다른 매력을 꼽자면 역사 뒤편에 위치한 급수탑을 들 수 있다. 1899년부터 1967년까지 우리 국토를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급수탑이다. 원형 모형으로 세워진 화본역 급수탑은 193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아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한여름이 지나가고 난 뒤 급수탑의 입구는 가시덩굴로 뒤덮여 있어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접근할 수 있었다. 높이 20여 미터에 달하는 급수탑의 외부는 담쟁이덩굴이 감싸 안고 있다. 마치 독일 동화 <라푼젤>에 나오는 탑처럼 이국적인 풍경. 내부에는 물탱크로부터 물을 공급하고 가열된 물을 끌어올리는 두 종류의 파이프 관과 환기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급수탑 바닥에는 세월을 반영하듯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벽면에는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문구와 아이들의 낙서가 어지럽게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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