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제도

최하위권에서 명문(名門)으로 떠오른 안동 풍산고-조선일보에서

보리숭이 2009. 6. 1. 11:26

교수 초빙·영어캠프… 학생 위한 건 다 갖췄다
농구·축구·검도 등 특기교육으로 스트레스 날려요!
이-러닝 학습관 영어 체험 학습실 등 공부할 곳이 넘쳐요!

자율학교인 풍산고등학교(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재)는 2009년 졸업자89명 중 서울대 2명, 연고대 18명, 공사 1명 등 60여명이 수도권대학으로진학해‘시골학교의 반란’을 일으켰다. 안동 내 고교 중에서 최하위권 학생들이 입학하는‘따라지 학교’란 인식이 강했던 조그만 시골학교가 비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승부

풍산고는 전교생이 학록관(기숙사)지붕 아래 동고동락한다. 아침 6시에 기상해 7시 30분에 등교하면, 자율학습이나 이-러닝(E-Lerning) 학습관에서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는다. 모든 수업은‘맞춤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주요과목인 국·영·수를 수준별로 수업한다. 학생들의 성취도에 따라 반이 변경되기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저녁에는 교사들과 외부에서 초빙된 학원 강사, 대학 교수가 아이들의 보충수업을 도맡는다. 도서관도‘1인 1좌석제’로 운영되는 등 학교 안에서 모든 것이 충족된다. 서울에서 유학 온 3학년 정재연(18)양은 “방과후 과외수업과 학원을 전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300명도 채 되지 않는 자율학교 풍산고가 시골학교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윤영동 교장(중간)과 학생들의 모습.

정양은 입학 당시 총 90명의 신입생 중 88등으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10등 안팎으로 상승했다. 공부뿐 아니라 학생들의 체력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일주일에 세 번‘1인 1특기3교육을 실시한다. 검도·태권도·요가·테니스·축구·농구 중 하나를 선택해 배울 수 있다. 또 매주 일요일 자유시간에는 골프·수영·헬스 등을 배운다. 요가를 배우고 있는 2학년 김보경(17)양은“감기를 달고 지낼 정도로 약했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 며 “공부하다 생긴 스트레스를 요가로 날려 버린다”고 했다.

◆신입생 80% 장학 혜택 받아

풍산고는 충효정신을 계승하고 안동의 선비정신을 본받은,‘ 사람 냄새 나는’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문화유적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봉정사에서 천등산, 도산서원에서 소수서원까지 걸으며 호연지기 정신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또 하회 선유 줄불놀이 전승 학교로 지정돼 매년 10월 학생들이 하회마을에서 줄불놀이를 시연한다. 학부모 김은호(49·용인시 수지구)씨는 “양반문화의 본고장에서 올바른 심성을 기르는 ‘참교육’ 을 받을 수있겠단 생각에 망설임 없이 학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전교 300명 안팎의 작은 학교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이-러닝 학습관, 영어체험 학습실, 1인1특기 전용실, 체육관,도서관 등이 오밀조밀 자리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운동장에는 인조잔디를 깔았다.

2009학년도 신입생 중 80%가 학록장학문화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학록 장학문화재단은 주식회사 풍산이 만든 장학재단.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신입생뿐 아니라, 눈에 띄게 성적이 향상된 재학생에게도 장학금이 주어진다. 수능 성적이 우수한 졸업생은 한 학기 또는 일 년 동안의 대학등록금 전액을 지원받는다.

또 1학년들을 대상으로 자매 결연을 체결한 캐나다 셀커크 대학에서 ‘여름방학 영어캠프’를 실시한다. 학생들에게 영어권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영어 캠프에 참여했던 2학년 이오선(17)군은“더 넓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고 말했다.

올해 신입생 91명 중 87명이 타지에서 온 학생이다. 자율학교 1기 당시 65명 중 56명이 안동지역 학생이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또 미달이었던 경쟁률이 4.4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치열해져 지원학생들의 석차 백분율도 23.89%에서 3.12%로 상승했다.
 
학부모 정정길(69·경남 김해시)씨는 “궁금한 것도, 걱정도 많은 부모를 위해 밤 12시가 다 되도록 전화 상담을 해주는 교사들의 열정에 감동받았다” 고 했다. 학부모 주성경(43·경남 마산시)씨는“유해요소가 없고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아이들을위한 최적의 학교라는 믿음이 생겼다” 고 말했다.

윤영동(67) 교장은 “경북지역의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도약하기 위해 전교직원이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