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제도

전주 상산고, 서울 연 고대 205명 합격시킨 비결-조선일보에서

보리숭이 2009. 6. 1. 11:24

맛공이 학교에 떴다!
전주 상산고, 서울·연·고大 205명
합격시킨 비결은

서울대 33명, 고려대 93명, 연세대 79명, 의예·치의예·한의예 89명…. 자립형사립고인 전주 상산고의 2009학년도 대학입시 결과다. 한 반의 거의 절반이 소위 SKY로 진학한다.

괴력의 입시 성과를 자랑하는 상산고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올까. 지난 3월 31일 오전. 상산고 교문에 들어서자 푸른 교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언덕을 오르자 잔디가 깔린 운동장과 아이보리색 본관이 보였다. 종일 책에 파묻혀 공부하는 학생들로 가득할까?

웬걸, 두발 자율로 덥수룩한 머리의 남학생부터 긴 생머리의 여학생 등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학생들은 평소 어떤 모습으로 공부하고, 생활할까? 2학년 7반 서우림(17)양의 하루를 돋보기로 들여다봤다. 서양의 일과에서 상산고만의 알록달록한 커리큘럼과 다양한 생활상을 찾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더 빛날 인재 육성할 것"
정진호 상산고 교감

"상산고는 대학 진학 이후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정진호(58·사진) 교감은 상산고의 교육목표가 학생들의 역량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위해 억지 자율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주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산고의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는 별다른 감독이 없어도 학생들이 공부에 지독하게 몰입합니다. 지도교사가 복도를 걸어다니는 발소리조차 거슬릴 정도입니다.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강할 때의 공부효율이란 억지공부와 비교할 수 없겠죠."

상산고는 독서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1학년과 2학년은 학년별로 정해진 50권의 필독서를 읽어야 한다. 아예 교과과정에 '양서읽기' 시간을 1주일에 2시간씩 뒀다. 2학년 필독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세이' 등이다. 정 교감은 "양서읽기 수업은 국어교사만 전담하지 않고 사회나 과학 교사 등 해당 영역에 전문지식을 가진 선생님이 독서지도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상산고에서는 부정행위를 상상할 수 없다. 수년전 1학년 학생이 시험 중 적발돼 퇴학시킨 사례가 있을 정도다. 정 교감은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도덕성이 없다면 리더라고 할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항상 도덕성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진학 후 장학금을 받는 상산고 졸업생들을 조사해보니 70% 이상이나 됐습니다. 강요 없이 자율적으로 스스로 결정하고, 깨닫는 것을 배우는 것이 상산고 학생들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高2 서우림 양의 하루 함께해보니…
06:00| 아침방송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빨리 세수를 하고 하루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오늘의 공부 목표는 수학I 1과 풀기, 텝스 시험을 대비한 듣기 및 문법 문제집 풀기, 물리 문제집 소단원 1개 풀기, 영어단어 외우기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교실로 향했다.


08:00 ~ 08:10| 수학 수업을 듣기 위해 반을 이동하는 시간이다. 우림이는 수학 A반으로 향했다. 상산고의 수학 수업은 특별하다. 다른 과목과 달리 A, B, C 등 수준별로 3개 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한 학기마다 성적별로 반편성을 바꾼다.

08:10 ~ 09:00| 1교시는 수학 수업이다. 무한급수와 무한수열에 대해 배우고 선생님이 나눠준 문제들을 풀었다.

09:10 ~ 10:00| 2교시는 영어독해 시간이다. 영어소설인 '제인 에어'를 읽었다. 제인 에어와 관련된 다른 작가의 소설을 통해 소설이 서술시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배웠다.

10:10 ~ 11:00| 3교시는 고급수학 시간이다. 대학교 1학년 수준의 문제를 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수업이다. 가우스 함수에 대해 배웠는데, 원래 알고 있던 내용도 직접 증명하려니 무척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11:10 ~ 12:00| 영어수업 시간이다. 오늘은 우림이가 직접 영어 지문을 읽고 해석할 차례다.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선생님이 고쳐주고 관련내용을 설명해줬다.


12:00 ~ 13:30| 오전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상산고의 점심 시간은 1시간 30분이나 된다.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라는 학교의 배려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12시부터 30~40분간 각자가 가입된 동아리 활동을 한다. 상산고에는 사물놀이, 오케스트라, 마술반 등 33개의 다양한 동아리가 있다.

비바체리플이라는 상산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가입한 우림이는 곧바로 음악실로 향했다. 5월에 있을 사은 음악회 연습을 위해서다. 우림이는 첼로를 맡았다. 동아리 활동을 마친 뒤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매달 말일은 그달의 생일자들을 위한 특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오늘은 스파게티와 돈가스 덮밥이 나왔다. 생일축하 케이크도 먹을 수 있었다.

점심 후 잔디운동장을 거닐며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었다. 온갖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13:30 ~ 14:20| 5교시는 물리 시간이다. 운동량 보존의 법칙과 충격량에 대한 이론 수업을 했다.

14:30 ~ 15:20| 6교시는 생물 실험 수업이다. 5~6명이 한 조가 돼 직접 피를 뽑아 현미경으로 혈구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우림이 조에서는 상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선생님의 도움으로 혈구를 직접 볼 수 있었다.

16:30 ~ 17:20|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음악특강 시간이다. 전북대 성악과 교수가 직접 가곡을 가르친다. 오늘은 '올드블랙조'와 '선구자'를 불렀다. 즐겁게 노래도 부르고, 새로운 노래도 배우는 재미에 활기가 넘치는 수업이다.


18:30 ~ 21:20|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다. 상산고도 다른 일반계 고교처럼 보충수업이 있다. 그러나 강제적인 수업이 아니라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서 해당 강의실에서 듣는 학원식으로 운영된다. 주요 과목은 물론 텝스, 논술특강, 경제경시반 등도 개설돼 있다. 수업을 듣기 싫으면 교실에서 혼자 자습하면 된다. 현재 학년별로 수업을 듣는 비율은 1학년 80%, 2학년 30% 정도다. 3학년 대부분은 수업을 듣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다. 우림이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선택하지 않아 온종일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21:50 ~ 23:30| 기숙사 자습시간이다. 기숙사에는 층마다 독서실이 있다. 학생마다 지정좌석이 있다.


23:30 ~ 24:00| 상산고는 자정이 되면 모든 방의 불을 꺼야 한다. 다음 날 졸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한 학교의 방침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벌점을 준다. 우림이는 방으로 돌아와 취침준비를 하고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오늘도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즐거운 하루였어. 내일도 열심히 살아야지.'

상산고등학교는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시리즈를 저술한 홍성대 박사가 1980년 설립한 사립학교다. 2002년 5월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됐다.

2만여평의 부지에 본관, 과학관, 도서관, 학생회관, 복지회관, 생활관, 남·여기숙사, 멀티미디어 강의동, 체육관 등 각종 교육시설이 완비돼 있다.

감, 모과, 은행, 매실, 장미, 모란, 연산홍 등 유실수 및 화초와 500여그루의 소나무들이 빚어내는 캠퍼스는 한국의 100대 조경 중 하나로 소개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