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제도

교육부·대학 입시 엇박자 ‘수험생만 날벼락 맞았다’

보리숭이 2007. 3. 16. 14:47

 




교육인적자원부의 2008년 대학입시제도 개혁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최근 발표된 고려대, 연세대 등 수도권 주요 사립대의 입시안이 교육부가 제시한 방안과 큰 차이가 있어서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비협조를 탓하고 있다. 대학들은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입시안을 놓고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선 교육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교육부 말만 믿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16일 고려대, 연세대 등 7개 사립대 입학처장들과 만나 2008년 입시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7개대 입학처장들은 앞서 15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일선 고교와 입시학원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제시한 2008년 대입안과 주요 대학들이 최근 발표한 입시안은 배치된다. 교육부는 2004년 발표한 대입안에서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성적 반영률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수능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눠 영역별로 등급점수만을 제공하는 이른바 ‘수능 9등급제’를 도입했다. 수능 성적 1~2점 차이로 합·불합격이 정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각 대학에 내신성적을 50% 이상 반영할 것을 권고해 상당 부분 반영하기로 대학측의 협의를 얻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최근 잇따라 발표한 입시안에 따르면 연세·고려대의 수능 성적 우선선발 전형 등 수능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내신성적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전형은 상대적으로 미약해 수능과 함께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대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게 입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8년 대입이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김진표 전 교육부총리 등 교육부 관료들은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가 2008학년도 이후부터는 입시에서 불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요 대학들의 입시안은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짜여졌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정시모집 정원의 절반을 수능 성적만으로 뽑겠다는 대학들의 전형안은 특목고 중위권 학생들을 최대한 끌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 발표만 믿고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이나 1~2학년 동안 수능시험 준비보다 내신에 치중한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광남고 3학년 이모군은 “교육부 말을 믿고 외국어고에 진학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며 “정부는 이렇다고 하고 대학은 저렇다고 하면 중간에 낀 우리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육부는 대학의 비협조를 탓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학들의 입시요강에서 내신의 실질반영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 16일 서울지역 7개대 입학처장들과 만나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추진한 2008학년도 대학입시 개혁은 결국 수험생들에게 혼란만 주고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오창민·최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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