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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보리숭이 2006. 5. 13. 22:48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스승의 주간에 부치는 글-


어느 시대나 늘 그랬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지금의 우리사회야말로 스승의 길인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스승은 스승으로서의 자리를 잃어버렸고, 제자는 제자로서의 자리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은 촌지를 드려야 스승을 존경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스승은 촌지를 막기 위해 스승의 날에 휴업을 해야 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으니 어찌 이 상태를 사도가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까지 오고 말았을 것인데, 이것은 한 쪽만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것은 쌍방 모두의 책임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자신의 아이들을 모두 천재인 것으로 여겨서 무조건 최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여 사교육에 엄청난 지출을 하면서 학교교육을 서서히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학교의 선생님들은 점점 가르칠 것이 없어지게 되면서 스승으로서의 자리를 학원 같은 곳에 넘겨주고 말았다. 이것이 악순환 되면서 스승은 가르치지 않게 되었고, 가르침을 받지 않은 학생은 스승을 존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흐름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고, 그에 따른 결과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피력하려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스승은 스승으로서의 자리를 되찾고, 제자는 제자로서의 자리를 되찾아서 백년대계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노력이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그리고 사회전체의 구성원 사이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민족 전체의 장래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필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대한 의미를 새로운 차원에서 심도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아 이 글을 쓰고자 한다.


우리 문화 중에 미풍양속이라고 할 수 있는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표면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스승을 존경하여 스승 대하기를 부모와 같이 하며 스승에게는 늘 존경과 사랑으로 대하여야한다’는 말로 이해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선생님 모시기를 극진히 하였고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볼 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승에 대한 믿음과 존경의 문화는 그 정도와 깊이가 넓고 깊은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풍습과 마음가짐은 우리가 가진 좋은 문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며, 더욱 더 갈고 닦아서 더 좋은 미풍양속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스승께서 가르치는 대로 따르고 익히면서 올바른 길로 나가도록 힘써야 할 것이며, 학교를 마친 후에도 스승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실천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요, 스승의 참 뜻을 받드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삶을 살아간다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다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난 사회인이 될 것은 의심하치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승의 가르침과 스승의 길을 보면서 배우고 익혀 그 모든 것을 우리의 생활 좌표로 삼으며 스승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말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로 축약 될 수 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것들을 개발하여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때 청출어람이라는 말에 걸 맞는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것이 결코 틀린 말이 될 수 없으며, 그런 자세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인생행로가 가장 빠르고 가장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어려서는 부모에게 모든 것을 배우고, 일정한 나이가 되어 험하고 험한 세상의 거센 파도 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스승에게서 배우고, 그런 뒤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 속 모든 사람의 보편자인 지도자에게서 배운다면 그 사람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청출어람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도 매우 유용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용할 수밖에 없는 인류 전체가 지니고 있어야할 보편성을 가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된다는 말속에 왜 하필이면 그림자가 강조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렇게 생각해놓고 보면 왜 하필이면 그림자인가? 그림자 보다 더 적합한 다른 것으로 스승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할 방법은 없었는가? 그렇다면 이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갖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승을 존경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은 그림자가 갖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이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갖는 이중성은 무엇인가?


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말속에는 ‘제자는 참 스승으로서의 모습만 따라야지 참 스승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것은 따라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스승의 그림자는 스승의 참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스승의 참모습은 스승의 실체인 육체에 있기 때문에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그림자의 실체인 육체라는 스승의 참모습을 제자는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 속에서 그림자가 가지는 첫 번째 의미는 스승의 허상이다.


여기에서 그림자라는 말이 갖는 두 번째 의미인 스승은 제자에게 있어서 그림자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타난다. 즉, 스승은 제자에게 참되고 올바른 모습만을 보여야지 그림자처럼 어둡고 나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스승은 그림자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 속에는 스승에 대한 존경의 뜻을 강조하는 물리적 의미의 ‘그림자를 밟지 말아야한다’는 것과 스승의 올바르지 못한 ‘허상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상징적 의미의 그림자라는 이중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그림자가 이처럼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이며, 특히 상징적 의미의 그림자가 갖는 중요성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의 의미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승을 존경하라는 말속에 그림자가 이중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스승이라는 존재가 제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스승은 그만큼 큰 존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승은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이며, 배우고 난 후에도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 스승이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스승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스승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있는 실상과 허상이라는 두 가지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상을 스승의 참모습이라 한다면 허상은 스승의 참모습이 아닌 어떤 것으로 제자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나쁜 것이 될 것이다.


스승의 정신이 깃들어 있으면서 제자에게 가르침이라는 좋은 지식과 생각을 심어주는 주체인 스승의 육신은 참 스승의 모습이 될 것이요, 스승의 정신이 아닌 것으로 세상의 나쁜 것이 깃들어 있다고 보이는 그림자는 거짓 스승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속에는 존경을 강조하는 물리적인 의미와 함께 나쁜 것을 배우지 말라는 경계의 의미가 함께 들어가게 되고, 제자가 스승을 존경해야하는  도리 뿐만 아니라 스승 또한 제자에 대한 도리를 다하여야 한다는 이중적 의미가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학(道學)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인가? 


도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는 허영, 허상, 명예, 권력, 탐욕, 다툼, 물질 등으로 이해된다. 그림자는 실체가 움직이는 대로 움직이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림자는 실체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한다.


실체가 있어야 반드시 존재하며 실체를 따라다니면서 실체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그림자인 것이다. 장자(莊子)의 어부(漁父)에 나오는 이야기는 도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그림자로부터 도망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달리기로 했다. 그런데, 자신이 빨리 움직이면 그림자도 빨리 움직여서 도저히 그림자로부터 달아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 사람은 더 빨리 달아나다가 기운이 빠져 그만 죽고 말았다.


이 어리석은 그 사람은 그림자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림자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만 생기는 것으로 그늘에 서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그림자는 정체를 가질 수 없는 존재이다. 그 그림자는 정체가 있는 실체에 붙어서만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실체가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은 불을 보듯 확실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밝은 세상에 나가 있는 한은 그림자를 피할 수 없다. 세상이라는 빛 속에 있는 한 우리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권력, 탐욕, 물질 등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림자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세상의 모든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인격을 닦아서 그늘에 있는 사람처럼 자신의 참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스승의 그림자에 담겨 있는 참된 의미이다.


그러므로 스승의 길은 참으로 어렵다. 슬픔이 있어도 그것을 나타낼 수 없으며, 괴로움이 있어도 제자 앞에서 드러내서도 안 되며,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해서도 안 되며, 배우는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참 스승인 것이다.


스승에게는 타락한 인간의 면모가 보여서도 안 되며, 제자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을 보여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스승은 고행과 고뇌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야 하는 수행자이며 배우는 사람에게 삶의 등불이 되어야 하는 인격자 중의 인격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스승의 모습이 제자들에게 나타날 때 그 제자는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스승을 모시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림자는 자연이 밟지 않게 될 것이다. 또한 스승은 절대로 제자에게 밟을 수 있는 그림자를 내보여지도 않게 될 것이다.


이 말의 의미가 교육현장에서 올바르게 살아나서 실천되는 때야말로 그림자를 내보이지 않도록 삶을 살아가는 스승과 그림자를 밟지 않으려는 제자가 존경하며 배우고, 사랑하며 가르치는 참다운 교육현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통하여 스승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 스승은 이미 한 개인이 아니라 배우는 모든 사람들의 보편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 탐욕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스승이 탐욕적인 그림자를 드러내게 되면 제자는 그것을 밟아서 따라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승도 인간인 이상 그림자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이번에는 제자에게 그것을 경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고, 존경이라는 의미 속에 그 뜻을 숨겨서 나타낸 말이 바로 “제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는 말로 된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낸 말 중에는 이런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것들이 매우 많은데, 필자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들이 이런 의미들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참된 스승과 참된 제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이 글을 써보았다.

출처 : 우리문화사랑방
글쓴이 : 죽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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