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여사님께서는 생전에 전국의 수많은 명산대찰에 거액을 시주해서 부처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셨는데 속리산 복천암(福泉庵)은 그런 여사님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암자 뒤편 큰 바위에 ‘崔松雪堂’이라는 큰 글씨가 새겨져 있고, 암자에는 시주하신 유물 몇 점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기에 머물면서 지었다는 한시 한 수가 유려한 초서체로 편액에 새겨져 있다. 이시는 최송설당 문집에는 빠진 시로 원문과 풀이는 아래와 같다.
山名嶺右俗離稱(산명영우속리칭) 산 이름을 영우에서는 ‘속리’라 부르는데
巉險難於蜀道登(참험난어촉도등) 가파르고 험하기가 촉도에 오르기보다 어렵구나.
絶壁堆成千片玉(절벽퇴성천편옥) 절벽은 천 조각 옥으로 쌓은 듯 하고
奇峰削出萬層氷(기봉삭출만층빙) 기이한 봉우리는 만 층의 얼음을 깎아낸 듯 하네.
襟懷易爽憑仙駕(금회역상빙선가) 마음에 품은 생각 상쾌해지니 마치 신선의 수레를 탄 듯하고
劫界全空照佛燈(겁계전공조불등) 영겁세상 다 空한데 불등이 비치구나.
自笑儂身絲穀累(자소농신사곡루) 우습구나, 먹고 사는 데에 얽매인 이네 몸
一生塵臼贖難能(일생진구속난능) 일생동안 쌓인 티끌과 허물 씻기 어려워라.
庚申春日(경신춘일) 경신년(1920년) 봄에
崔松雪堂過此(최송설당과차) 최송설당 여기를 들러다.
* 嶺右(영우): ‘慶尙右道’를 지칭함. 조선 중종(中宗) 때 경상도를 양분(兩分)하여 그 오른쪽 지역에 속하는 여러 군(郡)을 통칭한 행정구역. 성주(星州)·선산(善山)·금산(金山)·개령(開寧)·지례(知禮)·고령(高靈)·문경(聞慶)·함창(咸昌) 등(이상은 尙州鎭에 속함)과 합천(陜川)·초계(草溪)·함양(咸陽)·곤양(昆陽)·남해(南海)·거창(居昌)·사천(泗川)·삼가(三嘉)·의령(宜寧)·하동(河東)·산음(山陰)·안음(安陰)·단성(丹城) 등(이상은 晉州鎭에 속함), 그리고 창원(昌原)·함안(咸安)·거제(巨濟)·고성(固城)·칠원(漆原)·진해(鎭海)·웅천(熊川) 등(이상은 金海鎭에 속함)의 28군을 우도라고 하였다.
* 蜀道(촉도): (1) 중국 쓰촨 성(西川省)으로 통하는 매우 험한 길.
(2) 세상에서 살아가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絲穀(사곡): ‘絲身穀腹’의 준말. 몸을 가리는 실과 배를 채우는 곡식이라는 뜻으로, 입는 것과 먹는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
(번역: 교사 장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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