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시제도

[2013 입학사정관제 전형] 최상위권도 피해갈 수 없는 필수코스

보리숭이 2012. 3. 29. 08:53

선발인원 확대 또는 독자전형 확대. 2013 입학사정관제의 두 흐름이다. 서울대와 중상위권 몇몇 대학은 기존 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전환해 선발인원을 두 배 가까이 확대했다. 전형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전형을 사정관전형으로 확대하거나, 기존 사정관전형의 인원을 늘린 경우가 많다. 반면 연세대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은 규모의 변화는 없다. 대신 면접중심 전형 인원만 소폭 확대하거나 리포트나 적성검사와 면접을 합한 새로운 전형을 신설하는 추세다. 대학의 독자적 기준을 적용하는 전형의 폭이 넓어진 셈. 도입 6년 차에 접어든 2013 입학사정관제의 지형을 살펴봤다.


2013학년 주요 대학 인원 확대


[베리타스알파 = 정나래 기자] 2013학년 입학사정관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원서 접수일이다. 8월1일에서 8월16일로 보름 늦춰졌다. 꼼꼼한 평가를 위한 조치였지만, 3학년 1학기 학생부 작성일과 원서 접수일이 상충해 평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반 수시 원서 접수일보다 여전히 보름 이상 빠르다.


선발규모는 조금 늘었다. 올해 4년제 대학의 입학사정관 모집정원은 4만3138명. 2012학년(4만2163명)에 비해 975명 늘었다. 전체 대입 정원(37만5695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1.4%로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일부 지방대에서 인원을 줄였지만 전반적으론 확대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시내 주요대학들은 입학사정관 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했다. 서울대는 수시 선발인원을 79.4%로 대폭 확대했고, 이를 모두 입학사정관제로 실시한다. 경희대도 학생부로만 뽑던 교과우수자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변경, 학생부 외에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등도 함께 평가하는 안을 발표했고, 숭실대 역시 유사 전형을 통합, 축소하는 대신 모집 인원은 419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리는 2013학년 입학사정관제 입시안을 알렸다.
한국외대는 HUFS미네르바전형(203명·신설)과 21세기인재전형(297명) 등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인원을 500명으로 확대했다.


서울대 수시, 입학사정관 영향 절대적



가장 눈여겨볼 대학은 서울대. 올해 수시에서 2481명을 선발한다. 모집정원 3124명(정원 외 별도)의 79.4%에 달하는 수치다. 사실상 서울대 지망생은 수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게 된 셈.


서울대 수시는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구분된다. 지난해까지는 지역균형선발전형과 특기자전형으로 선발했다. 지역균형선발은 고교당 한 명을 추천 받아 서류 평가와 면접평가를 일괄 진행해 당락을 결정했다. 일반고 학생만 지원할 수 있고,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이 높고, 면접에서 별도의 구술시험없이 서류·인성확인, 전공기초소양검증만 진행한다. 두말할 나위 없는 사정관전형이다. 올해도 전형 방법은 그대로며, 인원만 조금 늘었다. 2012학년도 기준 정원 대비 22.9%(710명)에서 23.9%(748명)로 1% 증가했다.


반면 특기자전형은 조금 성격이 모호하다. 1단계에서 서류로 1.5~3배수를 걸러내고 2단계에서 구술면접평가를 치른다. 서류에는 공인어학성적을 비롯 교외활동내역을 포함할 수 있다. 사교육 유발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타 대학 입학사정관제와 차이가 크다.


하지만 최종당락에 영향이 큰 1단계 통과자를 걸러내는 것은 사정관이다. 지난해엔 최소배수인 1.5배수만 선발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서류가 당락을 결정지었다. 사정관의 영향력이 상당한 셈. 때문에 서울대 특기자전형을 두고 일부에서 특별전형이라고도 하고, 사정관전형이라고도 하는 혼란이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금까지 예고된 특기자전형의 변화를 살피면 보다 입학사정관제에 가까운 형태가 될 전망이다. 우선 명칭이 ‘일반전형’으로 바뀐다. 인원도 크게 는다. 2012학년 특기자전형으로 전체 정원 중 37.9%(1173명)를 선발했지만 올해는 수시 일반전형으로 정원의 55.5%(1733명)를 모집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특기자전형이라는 명칭이 여러 오해를 불러오는 측면이 있고, 수시 다수를 이 전형에서 선발하는 바 전형명을 바꿨다”며 “모집지원을 제외한 전형별 세부 사항은 기존의 방법을 유지한다는 원칙”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단, 음대와 미대는 정원 전원을 수시 일반전형으로 모집하므로 평가방법이 전공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형 방법에는 변화가 없다지만, 평가 초점은 다소 바뀔 수도 있다. ‘일반전형’의 특성상 학생부 평가 비중이 예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수시 확대는 학교생활 중심의 평가를 통해 공교육 내실화에 기여하고 점수 위주 선발에서 잠재력 위주 선발을 지향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올 서울대 입시는 수험생들에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최상위권이라면 누구나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내신에서 자유로웠던 특목고 학생들도 학생부 교과·비교과 관리에 한층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치우 비상에듀 입시분석실장은 “수시 확대를 통해 모집단위 특성과 학생의 학교생활, 환경 등을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더이상 스펙만으로, 내신만으로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며, 학업능력 을 넘어 전공단위의 진로설계까지 총체적인 준비가 필요해진 상태라 학생으로서는 부담이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사립대, 대학별고사 따로 도입?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의 입학사정관제는 서울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형태다. 전형의 유형은 크게 3가지다. ‘지역균형선발’과 같은 학교장 추천전형, ‘면접’이나 을 중심으로 한 특별전형, 특성화(전문계)고졸자, 농어촌 학생, 사회배려대상자 등 기회균등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형의 비중은 서울대와 반대다. 지난해 연세대 진리자유,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전형의 선발인원은 각각 500, 600명이다. 반면 특별전형은 소수만 선발한다. 연세대는 지난해 수능이나 내신성적을 일체 반영하지 않는 창의인재트랙을 신설, 30명을 선발했고, 고려대는 아예 특별전형 없이 사배자 성격이 강한 자기추천전형으로 100명(정원외 60명 포함)을 뽑았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 입시전문가는 “자기추천전형류는 대학의 의도와 상관없이 ‘스펙 중심’ ‘특목고 우선’ 등의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입학사정관제가 ‘공교육’에 중심을 둔 만큼, 주요 사립대학들은 일반고로 지원자격을 한정하고, 교과 중심 평가를 통해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여전히 사립대학들의 선발 비중은 학생부중심 전형이 다수지만, 특별전형의 확장세도 두드러진다. 연세대는 창의인재전형 선발인원을 10명 증원해 40명을 선발한다. 건국대도 1박2일 심층면접을 시행하는 ‘KU자기추천전형’의 인원을 91명에서 206명으로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전형요소를 도입한 전형을 신설한 대학도 눈에 띈다. 고려대는 강의를 청취한 후 리포트를 제출하고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을 합산하는 OKU 미래인재전형을 신설, 150명을 뽑는다. 성균관대는 적성검사와 서류, 면접을 활용한 성균인재전형을 통해 600명을 선발한다. 연세대는 이미 지난해 창의인재전형에 창의에세이시험을 따로 치렀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일종의 대학별 고사가 시행된 셈. 대학들은 “기초역량을 평가하기 위함으로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하지만 입시 관계자들은 “쉬운 수능과 학교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학생부를 대신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수학능력검증을 검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일반전형의 논술 역할과 비슷한 새로운 형태의 대학별 고사가 될 것”이라며 “향후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입학사정관제 내에 자체 전형요소를 도입해 1단계에서 일정배수를 거르고 2단계 면접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