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로민로 사원은 2,500여개 남은 바간의 탑들 중에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사원 중의 하나이다. 바간의 탑은 11세기 중엽에서 1287년 몽고의 쿠빌라이칸의 침공을 받아 멸망하기전까지 건립되었다. 그 중에서도 틸로민로 사원은 1218년 바간의 8대 왕인 나다웅마(또는 틸로민로 왕이라고도 불리는데 바간에서 사온 왕들의 년대 표에는 ‘나라팅카 우자나’로 되어 있다)에 의해 건립된 46M의 거대한 사원형식의 탑, 즉 페야이다. 몽고군 침략 시 외부는 보존되었지만 내부의 불상들은 많이 훼손되었다.
틸로민로 사원은 곡선과 직선이 어우러진 건축 설계와 우아하고 아름다원 외벽 문양이 매우 조화로운 곳이다. 바간의 탑은 모두 벽돌로 지어졌다. 벽돌로 건물의 기본 골격을 갖춘 다음 외벽에 석회로 두껍게 마감질을 한다. 석회를 바르는 목적은 벽돌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그 덕분에 갖가지 문양을 새겨 넣을 수가 있다. 건물이 잘 견딜 수 있도록 벽돌 중간 중간에 사암을 넣어 구조적인 견고함을 강구하였다. 마지막으로 옥수수처럼 생긴 탑 상부는 황금으로 개금을 하여 완성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탑은 회벽이 떨어져 나가고 금박이 벗겨진 벽돌의 속살이지만, 조성 당시에는 도시 전체에 회칠을 한 흰 탑 위에 황금으로 치장한 황금탑 5천여기가 도시 곳곳에서 번쩍거렸을 것이다. 몇 군데 둘러 본 탑들은 그 탑을 세운 년대가 분명한 예에 속하지만 바간에는 언제, 누구에 의해 세워졌는 지 전혀 알려져 있은 탑들이 훨씬 더 많다. 그 많은 탑들이 비슷한 외양으로 전봇대처럼 곳곳에 세워져 있었을 테니 햇볕이 비추는 날에는 바간 전체가 황금덩어리처럼 눈부셨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태국의 아유티야에 세워졌던 수많은 벽돌탑들도 원형은 붉은 색 벽돌 위에 흰색 회칠을 한 미얀마탑과 비슷했을 것 같다. 벽돌탑이 원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이 사원이 세워지게 된 내력이 상당히 재미있다. 틸로민로 왕은 아들이 5명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궁의 아들인 막내를 가장 아꼈는데 왕위를 물려주고 싶어도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꾀를 내서 생각한 것이 자신이 우산을 공중으로 던져 그 꼭지가 가리키는 왕자에게 왕권을 넘기겠다고 했다. 우산 꼭지가 왕의 의도대로 막내 아들 쪽을 향하였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사원은 지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원의 이름이 ‘우산의 뜻대로’라는 뜻의 ‘틸로민로’가 되었다고 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왕의 아이디어지만, 그 이야기 때문에 사람들은 틸로민로 탑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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