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쉼터

쌀 사랑 나라사랑 - 송설51회 백승한 교수 에세이

보리숭이 2010. 4. 25. 06:40

 

 

요즘 농민들이 심상치 않다. 여전히 밥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한민족 모두의 마음도 편치 않다. 94년 우르과이라운드(UR) 이후 드디어 쌀수입시장을 전면 개방하던지 저율(5%)관세로 들여오는 의무수입물량(TQR)을 2014년까지 현재의 2배 가까운 40여만톤으로 늘여야하는지 기로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후자를 선택했다.

쌀 문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높은 관세장벽을 설치하더라도 영농규모가 100배나 큰 미국 캘리포니아나 값이 우리 쌀의 12-15%대 수준인 중국 헤이룽장성 쌀과 힘겨루기는 한계가 있다. 의무 수입되는 쌀을 보관하는데 만도 올해 기준으로 4,500여원이 들고 그 양은 자그마치 5백만명(40여만톤 기준)이 1년간 소비할 수 있다.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생명 줄이 되어 왔던 쌀이 생산기술의 향상으로 그 생산량은 증가한 반면 식생활의 고급화로 인해 소비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 1990년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119.6kg이었지만 10년 뒤 00년에는 93.6kg, 지난해에는 82.0kg으로 해마다 곤두박질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1인당 쌀 소비량이 일본(02년 기준 62.7kg)이나 대만(02년 기준 50.0kg)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다. 두류, 잡곡, 밀가루 등의 양곡 소비량도 03년 대비 1.9% 감소한 90.0kg을 소비하였다. 가정에서의 식사 비중이 줄어들었거나 간식의 다양화 등에 기인된다고 보여진다.

우리 쌀 산업이 분명 위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하늘은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바로 고부가가치 쌀이다. 현재 마트 등에서 기능성 등이 가미된 브랜드 쌀은 심하게는 30% 더 비싸지만 잘 팔린다. 그만큼 건강 즉 웰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되고 있다.

기능성 쌀이라 함은 밥맛 외에 최근 잘못된 식생활에서 기인한 각 종 성인병의 예방 및 치료에 유효한 기능성 물질들을 첨가하거나 또는 일부 영양성분을 강화하고 취반의 간편성을 추구한 새로운 형태의 쌀 제품을 의미한다.

기능성 쌀은 크게 3가지 공정으로 나누는데 첫째는 재배육종이다. 대표적인 것이 쌀밥 알레르기 원인 물질인 글로불린계 단백질 함량을 2-3% 이하로 줄인 일본에서 개발된 알레르기 방지용 쌀, 찰진 밥맛을 증진시키기 위한 저아밀로스 함유 쌀, 유기 게르마늄이 쌀에 축적되게 재배한 게르마늄 쌀, 도정시 배아가 살아 있도록 육종한 거대배아미 등이 있는데 첨단 생명공학 기법의 활용이 무궁무진하지만 안정성 문제며 개발기간 또한 최소 7년 이상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버섯쌀 등의 기능성 쌀로 이는 쌀을 수세 후 증자 살균하여 각 종 버섯 등의 배양액을 접종하여 10일 이상 일정한 배양조건에서 재배한 쌀이다. 버섯의 종류만도 영지, 상황, 동충하초, 아가리쿠스 등 다양하며 특히 버섯이 가지는 다당체의 항암 효능과 함께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버섯 등이 가지는 특유의 냄새나 맛 때문에 일부만을 백미와 혼합하여 밥을 지어야 하며 제조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선뜻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쌀에 각종 기능성 물질을 코팅하여 제조한 쌀인데 홍국이라는 붉은 곰팡이, 클로렐라, 칼슘, 키토산, DHA, Fe, 인삼엑기스, 뽕엑기스 게다가 금, 은 등의 다양한 재료가 있다. 기존의 효능이 검정된 기능성 물질을 첨가하는 공법이므로 가장 경제적이고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 기대된다.

이밖에도 친환경을 표방한 다양한 쌀 제품이 선보이는데 씻어 나온 쌀은 물 절약, 편의성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충족시키며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키토산농법 등 다양한 유기농법을 이용한 친환경 쌀 재배 농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친환경 쌀은 3년 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쌀과 화학비료는 쓰되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절반이하로 줄여 재배한 쌀로 전환기, 무농약 및 저농약 농산물로서 구분된다. 기술의 발달은 백미, 현미, 보리, 인삼, 조개, 해조류 등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여 쌀 모양으로 재형성한 재조합 쌀의 출시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한동안 외면 받아오던 쌀 제품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자주 눈에 띤다. 무엇보다 식품재료로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지난 99년 모 음료회사가 출시한 쌀음료는 최단 기간에 1억병을 판매하여 쌀의 부활을 예고한 바 있다.

비빔밥, 덮밥 등의 형태로 다양해진 즉석밥, 즉석쌀국수에서부터 쌀이 첨가된 케이크, 바게트, 식빵 게다가 성황리에 영업 중인 쌀빵 전문 체인점, 제과업계 또한 기존 과자제품에 쌀 함량을 대폭 강화한 제품 출시가 봇물 터지듯 하며 쌀아이스크림, 쌀을 첨가한 맥주 등도 선보이고 있다.

떡 역시 이들 기류에 상승하여 노화를 억제시키는 여러 기능성 물질 등이 첨가된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에서는 기존 떡의 저장시 발생되는 맛, 질감, 향미 저하 등 상품가치 하락의 원인을 속 시원하게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포장기술을 개발하여 실온에서 3개월간 저장이 가능케 하였다.

생활용품 원료로도 쌀의 이용이 늘고 있다. 이미 쌀비누가 사용되어 지고 있으며 팩, 세안제, 삼푸, 린스 그리고 엣센스에 이르기까지 쌀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더하여 쌀 산업의 응용과 확대에 많은 관심, 노력 그리고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쌀은 수 천년에 걸쳐 검증된 가장 안전하고 거부반응이 적은 식품이다. 때문에 일생을 하루도 쉬지 않고 섭취해도 별 탈 없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다. 인간은 1일 65% 내외의 탄수화물에 의한 열량 공급이 필요하며 대부분 쌀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쌀 단백질 또한 우수하여 하루 필요량의 1/3을 채워주며 다른 곡류에 비해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단백질 공급원인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쌀의 지방산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성인병 위험을 예방하기에도 충분하다. 무기질과 비타민 역시 고르게 함유되어 있으며 쌀겨에는 다량의 식이섬유와 피틴산 등이 대장암 등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현미 열풍이 불고 있는데 백미에 비해 칼슘은 8배, 비타민 E(토코페롤)는 4배나 많고 특히 일반 토코페롤에 비해 혈관 항산화능이 40배나 강한 토코트리에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한 옥타코사놀이라는 특수 성분도 있는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체내 글리코겐의 축적량을 약 30% 이상 증가시켜 지구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한다.

이외에도 가바(GABA)라고 불려지는 감마 아미노락산은 혈액 내 중성지방 감소, 간기능 개선, 혈압강하, 신경안정 등의 효과가 있으며 특히 현미 100g당 8mg으로 백미의 2배 정도 양이 함유되어 있다. 일본 신주대학 농학부 연구팀에 의하면 쌀의 배아가 발아준비에 들어가면서 가바(GABA)의 양은 쌀 100g당 300mg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한편 현미 등은 체내 소화시간이 더디며 같은 열량의 다른 음식에 비해 포만감이 지속되어 음식 양을 줄일 수 있으며 또한 세끼 바른 식사는 체내 혈당량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인슐린 분비의 정상화로 인한 지방으로 전환되는 포도당의 양을 적게 한다. 한편 식욕중추 역시 정상화되어 폭식 등을 줄일 수 있게 되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2001년 쌀을 살리기 위해 정부 주도의 쌀소비 촉진 범국민 운동이 전개된 바 있다. 쌀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서구에서조차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을 위해 쌀 소비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역설하면서 ‘아침밥 먹기 생활화, 고마운 분께 쌀로 선물하기, 쌀을 이용한 자녀간식 만들어 주기, 학교급식에 양질의 쌀 사용하기, 생일날에 쌀 케이크 이용하기’ 등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무슨 대단한 결심이 아닌 하루 세끼 밥 챙겨먹는 작은 실천부터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건강에도 좋고 농민들에게도 도움 되고 그리고 바로 우리나라를 살리는 애국이 실천되는 길이다. 내년에는 쌀 소비량이 드디어 늘었다는 감격스러운 뉴스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기능설 쌀, 이상호, 국민영양지 12월호, 2001
2. 쌀과 식생활, 소비자 식품정보 하계호(7호), 2001
3. 2004년 양곡년도 가구부문 1인당 쌀 소비량, 통계청
4. 쌀 협상 결과...다시 시험대 오른 개방농정, 경향신문, 2004년12월 30일
5. 웰빙시대 쌀 제품 뜬다, 중앙일보, 2004년 9월 30일
6. 전통떡 3개월 보관해도 말짱, 식품음료신문, 2004년 9월 7일
7. 한국인과 쌀, 모래들 농장(http://kale.com.re.kr/)

<백승한>
- 이학박사/수필가/영양사
- 송설51회 김천고 35회 졸 졸순천제일대학 식생활과 교수, 학보사 주간
-저서
. 식품을 통한 생활습관병의 예방가이드(공저, 2001년, 지구문화사)
. 재첩과 건강(공저, 2002년, 지구문화사)
.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식생활과 건강(공저, 2003년, 지구문화사)
. 식품영양에세이(백승한, 2006년 지구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