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쉼터

직지문화 모티길을 다녀와서

보리숭이 2010. 4. 6. 22:23
백두대간이 지나는 김천의 ‘직지문화 모티길’과 ‘수도녹색숲 모티길’이 마련되었다. 김천은 백두대간 줄기를 이루는 수도산의 청암사와 수도암, 황악산의 직지사 등도 유명하지만 새로운 모티길이 생긴 것이다. ‘모티’는 모퉁이의 경상도 사투리이며, 모티길은 구불구불 도는 곳이 많은 길을 말한다.

김천 직지문화 모티길은 백두대간 황악산(1,111m) 자락을 끼고 도는 길이다. 황악산은 정상 비로봉을 중심으로 백운봉, 신 봉, 운수봉이 직지사를 포근히 감싸고 있다. 예로부터 학이 자주 찾아와 여러 지도에 ‘황학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택리지> 등에는 황악산으로 명시돼 있다. 산세는 완만하나 산림이 울창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봄에는 진달래·벚꽃·산목련이 볼 만하고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단풍이 절경을 이루며, 겨울엔 설화로도 유명하다.

직지문화 모티길은 직지사와 대항면 주민센터 중간 지점에 있는 직지초등학교 방향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출발한다. 방하치마을을 거쳐 방하재~돌포체험마을~직지문화공원의 약 10㎞다. 4월 6일 오후, 이 길을 이인환, 최준호, 이종식, 김동국 선생님과 동행했다.

직지초등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3시간 정도 걸린다하여 산머리 입구인 방하치마을까지는 박용진선생님 차를 타고 가서 걷기 시작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좁은 농로다.

방하치마을은 마을 경관이 아름답고, 옛 전통이 살아 쉼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방하치마을을 지나 산머리로 들어섰다. 길은 임도로 널찍했다. 널찍한 길 위를 걸었다.

호두나무·감나무 묘목 대규모로 심어

좌우로는 쭉쭉 뻗은 낙엽송들이 큰 키를 뽐내고 있다. 수종은 오동나무, 참나무, 소나무, 낙엽송 등으로 다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작나무도 대규모로 군락을 이뤄 있었다. 김천시와 대항면에서 경제수림으로 가꾸기 위해 수종을 한창 바꾸고 있는 듯했다. 지난해 30㏊ 규모의 호두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기존의 기존의 오동나무, 참나무, 낙엽송, 자작나무와 어울려 새로운 산림을 이룰 것 같다.

길은 모티길답게 꼬불꼬불 이어졌다. 이야기를 하며 가니 땀은 나고 있었지만 힘은 크게 들지 않는다.

삼거리가 나왔다. 방하치마을에서 올라왔다고 해서 방하재다. 길은 산허리로 계속 이어지지만 방하재를 넘어가면 공자마을이 나온다. 한자도 공자와 똑같은 공자(孔子)를 쓴다. 1700년대 중반 이·박·김씨 성을 가진 세 선비가 마을을 개척해 선비들이 존경하는 공자의 이름을 본떠 공자동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산허리를 감고 도는 꼬불꼬불한 임도 모티길은 해발 600m까지 계속 됐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전형적으로 걷기 편한 길이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3분의 2 가량 서서히 오르다가 나머지 3분의 1 가량을 바로 내려간다. 첫 내리막부터 급경사였다.

길 양쪽으로는 주로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참나무의 목재는 다용도로 쓰인다. 대표적인 게 참숯이다. 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목재로 꼭 참나무를 사용한다. 표고 재배지가 나왔다. 조금 더 내려오니 체험마을을 한참 조성 중이다. 산 아래쪽은 이미 조성했지만 산 위에도 만들고 있었다. 주변은 묘목들로 가득했다. 감나무와 호두나무라고 했다. 호두나무를 이곳에서는 추자나무로 부른다고 했다.

돌모마을에 도착했다. 200여 년 전에 조씨, 류씨 두 선비가 이곳에 들어와 마을을 개척할 당시 돌이 많아 돌모(乭毛)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마을 뒤에는 돌들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다.

돌모마을은 호두나무를 분양하고 있으며, 전통 주막을 복원하는 등 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 옆으로는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티길은 돌모마을을 지나 903번 지방도와 연결돼 이제부터는 차도로 직지문화 모티길의 끝인 직지문화공원이어진다.

등 뒤로 가는 길이 바람재로 가는 길인데 우린 안홍표선생님의 집 1층에 있는 자명에 들려 차를 마셨다. 강냉이를 간식으로 오미자, 허브차를 마시고 나니 주인장 어른이 감잎차, 메밀차, 또 하나 더 있었는데 무슨 차인지 기억이 안난다. 난 감잎차가 제일 좋았다.  두시간의 도보길이 모두 흙으로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과 언젠가 시간이 나면 증산면에 있는 수도녹색숲 모티길도 들렸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학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