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불교회에서는 창립 23주년 기념으로 9월 28일 오후 7시 직지사 설법전에서 안호대 회장님과 금강회 회원, 고미숙 강연에 관심계시는 분들 1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고전평론가 고미숙선생님 초청 강연회를 가졌다.
초청 강연 내용은 별꽃님이 쓰신 것을 퍼왔다.
고미숙 일행이 오후 네 시경 직지사에 도착했다.
이미 총각 류연식법우님 방을 구경하고, 지례흑돼지구이로 점심을 먹고는 버스로 직지사에 도착해서 문화공원을 둘러보고 나서였다. 연구실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동의보감 세미나를 같이 하는 젊은 여성 다섯 분을 포함해서 여섯 분이다.
고미숙 선생님은 정말 젊게 보인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이십대이다.
군살이라곤 없는 날씬한 몸매에 짧게 커트한 윤기 나는 까만 생머리, 회색 면바지에 검은 재킷을 걸치고 젊은애들이 메는 배낭 하나를 달랑 짊어졌다.
장원자님의 설명으로 직지사를 둘러보고, 윤현숙님의 안내로 성보박물관을 관람했다.
박물관에서 지옥도가 걸린 그림을 보더니 “염라대왕님이 참 인자하게 생겼어요, 지옥에 가더라도 겁낼 필요가 없어요, 지장보살님이 지옥에는 항상 계시니까요.”했다.
식당에서 저녁 공양 후 우리 스님의 처소로 가서 차를 마시면서 담소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강연이 시작되었다.
“저의 키워드는 세 가지입니다. 고전과 공부와 공동체입니다.
박사 실업자가 되고 나서는 고전으로 강연도 하고 책도 쓰면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세상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공부 밖에 할 게 없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서울 수유리에 작은 연구실을 열어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체를 만들어 공부를 하기에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박노자란 분은 노르웨이 사람인데도 한국어를 제가 알고 있는 한 가장 완벽하고 다양하게 구사합니다.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언어도 자유롭게 구사하는 천재입니다. 천재에다가 품성까지 좋은 재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런 지식인들에 접속해서 공부합니다. 연구실의 공동체 생활은 평화가 없습니다. 상처에 소금도 뿌립니다. 존재의 무상성을 느낍니다.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근대의 지식은 낱낱으로 지식을 쪼개어서 파편화시켜 그것을 전공이라 부릅니다. 자본과 물질에 올인해서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지 모릅니다. 공부의 근본은 존재와 우주에 대한 통찰입니다. 요즘 공부하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몸과 우주에 대한 통찰입니다. 인과를 통찰하면 자유롭고 행복해집니다.
“생명은 자유다. 앞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앎을 통해서 오직 나아갈 뿐입니다. 광대무변한 앎에의 통찰은 자유를 주며 이것은 공동체 안에서 가능합니다.
근대 이전은 몸이 곧 우주였습니다. <열하일기>를 보면 삶과 말과 여행과 글이 서로 순환합니다. 지식과 종교가 소외되지 않고 우리 일상생활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작동됩니다.
최근에 제가 낸 신간 <임꺽정, 길 위에서 펼치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이라는 책에도 공부를 통한 자유로운 경지가 나옵니다. 고전 읽기를 통해서 존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고전은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
다음은 강의 후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1. 아이세움이란 출판사에서 청소년용 고전을 시리즈로 내고 있습니다. 청소년용 열하일기도 제가 출간했습니다.
서양고전보다 동양고전이 훨 많이 팔리고 있어요.
2. 공부를 하고 싶지만 몸이 말을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연구실에서 정화스님 강의가 한 달에 한 번씩 있는데 조는 수가 많아요. 그래도 귀에 팍 꽂히는 말도 있습니다.
3. 공부에 대한 절망감은 석사과정에서 충분히 맛보았어요, 무서운 교수님과 선배들에게 혼이 나면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때 생각으로 글을 잘 쓸 수만 있다면 파우스트에게라도 영혼을 팔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요, 지옥맛을 보면 더 이상 지옥이 두렵지 않습니다. 내 공부의 불멸의 기반은 그 때 만들어졌어요.
4. 적선과 명상은 저희들 공동체에서도 늘상 합니다. 요가도 하고 탁구도 치고 등반도 합니다.
강연 등으로 돈이 들어오면 공동체를 위해서 사용합니다.
우리 스님은 이 행사를 위해서 종무소에 이야기해서 낮은 책상을 설법전에 펴두라하셨고, 끝까지 강연회를 지켜보셨고, 강연 끝난 후에 직지사와 말사 편 도록 두 권을 고미숙에게 주셨다. 물론 배웅도 하셨고~~~~
오늘 강연을 정리하면
“고전을 통해서 쿵푸를 하면 삶에 대한 통찰이 생기고 자유롭게 된다”
즉 “호모 쿵푸스”가 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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