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방학후 학교를 마치고 나니 1시 20분, 3학년 반 종례를 하고 나니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송정에서 기다려 주었다.
서울에 있는 정준화동기의 아버님이 특강을 하시는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에 같이 가기 위해서이다.
송정에서 전국 RHRD센터장협의회 회장으로 있는 이석희박사가 모처럼 대구에 있는 이정수, 이옥배동기와 더불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송정의 단아한 단장을 기대했던 친구들에게는 여름의 우림에 가득한 정돈되지 못한 송정이 못내 아쉬웠는지, 계속 나에게 푸렴을 한다.
왜 송정을 깨끗하고 보기 좋게 단장하지 못하느냐고...
운동장은 잡풀이 뒤덮혀 있는데 어떻게 제초제를 뿌리든지, 뒤엎던지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인데, 왜 풀이 무성하냐..
언제 부터인가 우리 동기들은 학교에 관한 관심, 운동장에 관한 관심 등, 이런 저런 학교이야기로 말머리를 트고 있다.
학교에 관심을 주고 있는 것에 학교에 몸을 담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항상 고마움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친구의 부름에 따라 우리의 전공과는 전혀 관계없는 여름 시인학교에 참여하기 위해 직지사 만덕전을 향한다.
직지사 만덕전에서 처음 만난 것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샘물터이다.
묘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이제까지 여러번 만덕전을 들렸건만 이 샘물터의 기하학적인 모습을 이제야 보았다. 물이 돌아 돌아 한 곳으로 흐른다...
이석희박사가 물 맛을 보기 시작한다. 보나 마나 시원하겠지.. 오늘 날씨가 보통 날씨인가..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만덕전의 열기를 느끼는 신발의 모음이다.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는 나래시조시인협회 주관으로 직지사와 김천시,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 후원으로 '제5회 아름다운 우리 민족시 대축제"라고 한다. 오늘 8월 4일 13시에서 내일 5일 오후 3시까지 개최된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은 제3회 백수 정완영 전국시조백일장 대회도 개최된다고 한다.
김천이 낳은 대한민국 최고의 시조시인 정완영님이 우리 친구의 아버님이라는데 기쁨을 느낀다.
오늘 오후 5시에는 "민족정신과 시조"라는 주제로 백수 정완영선생님의 문학 특강도 마련되어 있다.
이 자리에 정완영선생님의 막내아들인 정준화(동아방송대 광보홍보학과 교수)친구의 부름에 우리가 참석하게 된 것이다.
우선 접수처에 접수를 하는 이정수, 이옥배, 이석희친구
만덕전 내부는 너무나 넓었다.
제일 우측에 계신 어른이 정완영시조시인이시다.
멀리서 포즈를 잡아 보았다.
지금 한창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의 "시의 입문" 강의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 김천시 문인협회 박기하선생님(우)과 김석인선생님(죄)
정완영시조시인을 가까이서 뵈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온 우리 친구들..
정준화동기가 우리와 자리를 같이했다.
난 시와 인연이 없는지 밖에 나와 '산해숭심'만 바라다 보고 있다. 무식하기는..
나의 행동에 눈치를 첸건지 정준화친구 부터 한 두 명 강의실에서 이탈(?)하여 밖으로 나왔다...
결국 우린 근처의 산중다실로 향했다.
다실안에는 정완영시조시인의 '직지사 그산 그물'이란 시조가 판각되어 전시되어 잇다.
산중다실에 얼마있지 않아 이인식이와 임동원친구가 도착하여 합세하였다.
정준화친구와 함께 '백수 기념관'에 관한 얘기를 나누며 다실에서 주어진 진한 대추차를 마셨다.
이 사이 백일홍으로 뒤 덮인 직지사 경내를 혼자서 둘러 보았다.
한바퀴 경내를 돌고 오니 친구들 역시 밖으로 나와서 풍경을 관망하고 있다. 오랜 만에 서울, 대구, 김천친구들이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준 정준하친구와 아버님께 감사드린다.
여름 시인학교에 왔으니 재미난 시 한편 소개하면..
씨팔놈의 밤안개
우라질, 왜 이렇게 설움이 쌓여
몽땅떨이로 사랑하는 그대에게 주고 싶은데
그대는 철부지로 한눈만 팔고
저녁상엔 파아란 상치쌈만 기어오르고
아득한 들녘에 피어나는 씨팔놈의 밤안개.
(1987년 9월 9일 새멱 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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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생각
정완영
쓰르라미 매운 울음이 다 흘러간 극락산(極樂山) 위
내 고향 하늘 빛은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 뒤에 걸려 사윌 줄을 모르네.
동구밖 키 큰 장승 십리벌을 다스리고
푸수풀 깊은 골에 시절 잊은 물레방아
추풍령 드리운 낙조에 한 폭 그림이던 곳.
소년은 풀빛을 끌고 세월 속을 갔건만은
버들피리 언덕 위에 두고온 마음 하나
올해도 차마 못 잊어 봄을 울고 갔더란다.
오솔길 갑사댕기 서러워도 달은 뜨네
꽃가마 울고 넘은 서낭당 제 철이면
생각다 생각다 못해 물이 들던 도라지꽃.
가난도 길이 들면 양처럼 어질더라
어머님 곱게 나순 물레줄에 피가 감겨
청산 속 감감히 묻혀 등불처럼 가신 사랑.
뿌리고 거두어도 가시잖은 억만 시름
고래등 같은 집도 다락 같은 소도 없이
아버님 탄식을 위해 먼 들녘은 비었더라.
빙그르 돌고 보면 인생은 회전목마
한 목청 뻐꾸기에 고개 돌린 외 사슴아
내 죽어 내 묻힐 땅이 구름 밖에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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