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정해년 첫자락에서 들린 곳이 쇠소깍이다.
서귀포시 효돈동 하효마을에 있는 쇠소깍은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있다. 도심지에서 10분 거리에 있지만 제주 섬주민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명소이다. 오랜 세월을 베일에 가리고 속세와 거리를 두어 왔다. 낯선 곳이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흥미를 붙인 여행자라면 길이 서툴러도 발걸음은 한결 가벼울 듯싶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테우를 탈 수는 없었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라고 한다. 다음에 들려서는 꼭 테우를 타 보아야겠다. 테우를 타고 계곡 안으로 들어갔을 때 쇠소깍의 숨겨진 속살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쇠소깍을 나오면서 구름 사이에 살짝 보인 한라산의 눈 덮인 모습은 다시금 제주에 오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서귀포 시청에서 발간한 지명유래집(1999년)에 따르면 하효를 부르던 옛 이름은 쇠둔이며, 효돈천의 하구에 소(沼)가 있다고 하여 이를 '쇠소'라고 불렀다고 한다. 여기에 맨 마지막을 나타내는 제주말인 '깍'이 합쳐져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이름인 '쇠소깍'이 태어나게 되었다.
쇠소깍은 제주에서도 가장 독특한 곳이다. 주변의 암벽지대는 갖가지 상록수와 소나무, 접암나무 등 다양한 식생들이 살아가는 울창한 생태숲이다. 숲속에는 물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오솔길이 나 있다.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무숲 사이로 옥빛 호수가 수줍게 고개를 여미는 게 보인다
이 곳에서 돌을 던지거나 떠들면 용왕이 화를 내 폭풍우를 일으키고 그해 농사가 흉작이 된다는 전설이 흥미롭다. 가뭄이 들었을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올리면 곧바로 큰 비가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그만큼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쇠소깍은 용암이 흘러내려 굳은 암반 사이로 물길이 나 있고 산정호수처럼 생겼다. 폭은 10~30m 정도, 길이는 120m, 물 속 깊이는 4~5m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 양(量)으로 승부하는 세계에서는 기대에 못미쳐 서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숨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화시키는 능력만큼은 군계일학이다
이 병풍바위들은 화산섬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용암들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지질자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활동의 흔적이 구석구석 묻어 있다. 지질학계에서도 제주에서 가장 오래전에 분출한 조면암이 분포하는 곳으로 쇠소깍을 주목하고 있다.
생명의 숲과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에서 회유하는 바다 생물들, 그리고 검은 모래와 바다가 하모니를 이루는 쇠소깍은 대자연의 압축판이다.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생물자원이 공존하는 이곳은 2003년 1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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