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0년 전인 96년 사은회 모습
“한번 스승은 평생 스승”
고교 동기생인 50대 10여 명이 20년 넘게 고교 은사들을 초청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 있다.
경북 김천고 17회 졸업생인 박상선(57·동물병원
원장), 정홍식(57·김천경찰서장) 씨 등 10여 명은 13일 오후 7시 김천 직지사 부근 천일식당에서 21번째 은사들을 모시는 모임을 갖는다.
이날 박 씨 등은 조욱연(72·독어), 이재민(72·수학), 고무림(75·국어) 씨 등 고교 3학년 시절 담임 3명에게 큰 절을 하고 술을 따라 올린 뒤 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다.
이들이 1986년 5월 고교 은사들을 초청하는 첫 모임을 가졌다. 당시 이들은 조 씨 등 3명을 대구의 한 음식점으로 초청해 식사대접을 하고 학창시절 선생님께 매를 맞았던 추억 등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후 매년 5월 스승의 날을 전후해 이 같은 모임을 갖고 있다. 1990년에는 동기생 240여 명 가운데 2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고교 제자들에게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했던 조 씨는 “학창시절 내가 살던 집으로 돌을 던져 장독을 깨뜨리기도 했던 한 제자를 이 모임에서 만나 지금까지 정을 나누고 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고교 교사에서 대구가톨릭대 교수로 자리를 옮겨 퇴임한 조 씨는 “당시 제2외국어인 독일어 성적이 명문대 진학에 중요해 엄하게 가르쳐야 했다”고 말했다.
매년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동기생 김건배(57·약국운영) 씨는 “몇 년 전 대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서 경찰 간부와 군 장성인 동기생들이 정복을 입고 뒤늦게 나타나 은사들에게 큰 절을 올려 손님들이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은사인 고 씨는 경북 문경에 살고 있어 대구에서 열리는 모임이 끝난 뒤 제자들이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귀가하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고 씨는 “20년 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주는 제자들이 너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기생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 씨는 “은사들에게 저녁식사나 한번 대접하자며 시작한 모임이 벌써 20년이 됐다”며 “우리도 모두 초로(初老)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은사 앞에 서면 언행이 조심스러워진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동아일보 경북판 2006. 5. 11 자 기사 내용을 퍼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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