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중고

[학모님 글] 홍길주(저자)님의 산문선 ‘상상의 정원’을 읽고 - 박광옥

보리숭이 2012. 2. 9. 20:23

  안녕,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귀한 우리 아들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친구를 사귀거나 이웃을 만나는 걸 옛 선인들은 상상하지도 못한 환경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중 요사이 방송매체를 통해 SNS라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 김천고등학교 학생들은 많이들 들어 봤고 직접 사용해본 세대이니 이해도 잘하고 있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나는 트위터니, 페이스 북, 블로그 등을 통해 이웃도 사귀고  많은 정보도 얻고 있답니다.

  그 이웃 중 좋은 책을 권하는 블로거도 계신데 그분은 전 문화부 장관을 지낸 김명곤씨 랍니다. 그 분이 권한 책 중, 홍길주(저자)님의 산문선 ‘상상의 정원’을 읽고 공감이 되는 편이 있어서 독서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소중한 글이라 생각되어 우리 아들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생각에 이리 적어 봅니다.

 

소 제목 -또 다른 나, 연암 박지원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풀어 호좌건을 짜서 이마에 올린 다음 거울에 비춰 기운 것을 바로잡는 것은 사람마다 똑같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처음 관례를 하고 호좌건을 쓸 때 손가락 두 개를 이마 위에 대고 가늠했기 때문에 거울을 비추어 볼 필요가 없었다. 이로 말미암아 혹 열흘이나 달포 남짓 거울을 보지 않다 보니, 젊었을 때의 얼굴을 지금은 이미 잊어 버렸다. 벗할 만한 사람이 있었는데,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몇 년 동안이나 얼굴을 모른 채 떠나보냈다면 한이 되기 마련이다. 나와 나의 가까움을 어찌 같은 마을에 사는 사람에 비하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지금의 젊었을 때의 얼굴을 알지 못하는 것을 한으로 여기지 않으니, 어째서인가?

 

  천 년 전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도덕은 배울 만하고 그의 문장은 본받을 만하다면 나는 시대가 같지 않음을 한스러워 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어떤 사람(연암 박지원)이 있었는데, 기상이 천지를 가로지를 만하고 재주는 천고를 뛰어넘을 만하여 문장은 수많은 것을 전도시킬 만하였다. 그는 세상에 살아 있었고 나도 이미 세상일에 통달하였지만 미처 보지 못했고, 아직 함께 말해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한으로 여기지 않았다. 어째서인가? 나는 이미 수십 년 전의 나도 알지 못하게 되었는데, 하물며 수십 년 전의 다른 사람이겠는가?

 

  이제 나는 거울을 가져다가 지금의 나를 비춰보고, 책을 열어 그 분의 글을 읽어 본다. 그러니 그 분의 문장이 바로 지금의 내가 된다. 내일 또 거울을 가져다가 비춰보고, 책을 펼쳐 읽어 보면 그분의 문장이 곧 내일의 내가 될 것이다. 내년에 또 거울을 가져다가 비춰보고, 그분의 책을 펼쳐 읽어 보면 그 분의 문장이 내년의 내가 될 것이다. 나의 얼굴은 늙어가면서 더욱더 변할 것이고 변하면서 옛 모습을 잊어버릴 테지만, 그 분의 문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더더욱 기이해지고, 내 얼굴을 따라 닮아갈 것이다.

 

<지은이 홍길주(洪吉周 1786-1842)는 19세기 초에 활동한 대표적인 문인이고,

이글의 주인공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은 18세기 후반 조선의 사상과 문학을 이끌었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글을 쓴 홍길주님은 연암 박지원의 글을 읽고 이렇게 공감을 하는 글을 남겼는데, 또 그로부터 이백년이 흐른 지금 나는 이글을 읽고 또 공감을 하게 되니 독서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다 보면 수천 년 전의 생활상도 읽을 수 있고 생각과 가치관을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고전들은 읽는 나이에 따라 느낌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명문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달라집니다.

 이처럼 세기를 초월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독서는 아무리 공부에 바쁜 우리 김천고등학교 학생들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에 있어서 감명 깊게 읽은 고전이나 책을 가진 사람은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동화를 좋아해서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를 참 좋아한답니다. 나이 48세의 아줌마가 아직도 동화를 좋아 한다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제가 읽어본 책들 중 읽을수록  느낌이 다르고 사색하게 하는 책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 한 권의 고전을 읽어 보길 권하며...

 꿈 속에까지 사랑하는 아들들, 모두모두 건강하고 파이팅!!

 

박광옥 (1학년9반 정태곤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