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제가 들으니 세존께서는 항상 사람들을 위해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연설해주신다고 합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저를 위하여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소서. |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만일 과거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했을 때, 네가 그것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기억하는지 기억하지 않는지,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나는 다 안다. 너는 지금 괴로워하는가? 내가 만일 미래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했을 때, 네가 그것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기억하는지 기억하지 않는지,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나는 다 안다. 너는 지금 괴로워하는가? 내가 지금 여기에서 현재 세상의 괴로움의 발생원인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하여 말하리라. |
촌장이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괴로움은 모두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너무 간략하게 설법하시고 자세히 분별해주지 않으셨기 때문에 저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오직 원컨대 자세히 말씀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소서. |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이제 너에게 물으리니 너는 네 마음에 우러나는 대로 대답하라.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중생이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을 결박하거나 때리거나 꾸짖거나 혹 죽인다면, 네 마음에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일어나겠느냐? |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울비라 마을에 살고 있는 중생들로서 내가 바라는 이거나 탐내는 이거나 애정을 두고 있는 이거나 기억하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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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서로 친한 이라면, 그가 결박되거나 맞거나, 혹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할 때에, 저는 곧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그 중생에 대하여 내가 바라지 않거나 탐나지 않거나 애정이 없거나 기억이 없거나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그가 혹 결박되거나 맞거나, 꾸짖음을 듣거나 죽임을 당한다 한들 제가 어찌 쓸데없이 근심·슬픔·번민·고통을 일으키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중생들에게 생기는 갖가지 괴로움은 모두가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온갖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너는 부모를 의지하고 있는데 만약 부모를 보지 못했다면 그 부모에 대하여 바램과 탐욕과 애정과 기억이 생기겠느냐? |
촌장이 말하였다. |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약 그대가 의지하고 있는 부모에 대하여 일찍이 보았거나 혹 들은 일이 있었다면 탐욕·애정·기억이 일어나겠느냐? |
촌장이 말하였다. |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
또 물으셨다. |
촌장이여,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저 의지하던 부모가 만일 무상하게 죽는다면 근심·슬픔·번민·고통이 생기겠느냐? |
촌장이 말하였다. |
그럴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의지하고 있던 부모가 덧없이 죽는다면 저는 거의 죽게 될 것입니다. 어찌 단지 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고 괴로워할 뿐이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중생들에게 생기는 모든 괴로움은 다 애욕이 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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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 / 2145] 쪽 |
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괴로움이 생기느니라. |
촌장이 말했다. |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의지하고 있는 부모를 비유로 들어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제게는 의지하고 있는 부모님이 계신데 다른 곳에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안부를 묻습니다만, 만일 심부름 보낸 사람이 돌아오지 않기라도 할 때면 저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는데 하물며 세상을 떠나시는데 있어서 어찌 근심과 괴로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그러므로 나는, '중생들의 모든 근심과 괴로움은 모두가 다 애욕이 근본이 된다. 그 괴로움은 애욕에서 생기고 애욕으로 인해 쌓이며, 애욕으로 인해 일어나고 애욕이 그 원인이 되며, 애욕이 그 조건이 되어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고 말하는 것이다. |
부처님께서 이어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
만일 네 가지 애정이 있는데 그 애정의 대상이 덧없이 변하여 달라지면 곧 네 가지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고, 또 세 가지나 두 가지도 그와 같을 것이며, 혹은 한 가지의 애정이 있는데 그 애정의 대상이 덧없이 변하여 달라지면 곧 한 가지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촌장이여, 만일 전혀 애정이 없으면 곧 근심과 괴로움의 번뇌도 없어질 것이니라. |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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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세상의 애정이 없으면 |
근심과 괴로움의 번뇌와 우환도 없으리니 |
모든 근심과 괴로움이 사라지는 것 |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 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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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갈담 마을 촌장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어, 법을 보고 법을 얻었으며 법에 깊이 들어가 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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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 의심에서 벗어났고,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남에게 제도받지 않고서도 바른 법과 계로써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바르게 여미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
이미 제도 받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초월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비구스님들께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오직 저를 기억하고 보호해 주십시오 |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갈담 촌장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예배하고 떠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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