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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와 소설계를 주름잡는 김천고 동기동창의 우정 대담

보리숭이 2010. 4. 16. 22:46

김천고 동기동창 출신 두 문인 김연수-문태준의 문학 대담

                                 - 현재의 우리 동기가 이런 우정을 오히려 배워야..... -

“이 친구가 문학 할 줄은 진짜 몰랐어요”

김연수씨와 문태준씨는 같은 1970년생으로 지금 문단에서 가장 ‘잘나가는’ 소설가와 시인에 해당한다. 대산문학상·동인문학상·황순원문학상 등(김연수)과 소월시문학상·동서문학상·미당시문학상 등(문태준) 화려한 수상 경력이 그 점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두 사람은 그런데 같은 경북 김천 출신이다. 단지 고향이 같은 것만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기동창이다. 70년대산 작가군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 사람이 지난 10일 전북 전주의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독자들을 앞에 두고 문학 대담을 나누었다.

 

“김연수씨는 김천 읍내의 빵집 아들이었어요. 부자였죠. 명민한 친구였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이과였기 때문에 문학을 할 줄은 몰랐어요. 본래는 천문학과를 지망했었죠.”(문태준. 이하 ‘문’)

“문태준씨는 읍내에서 8㎞ 정도 떨어진 산골 출신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골 출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등이었습니다. 우리 고향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판검사나 군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태준씨가 문학을 지망해서 놀랐죠.”(김연수. 이하 ‘김’)

 

두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에 따르면 김연수씨는 고등학교 시절 문학소녀였던 예쁜 여학생과 사귀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천문학과를 지망한 건 밤에는 별을 보고 낮에는 책을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지망했던 대학의 천문학과에 떨어지고 다른 학교 영문학과로 들어갔죠. 같은 ‘문학과’ 아니겠어요?(웃음)”(김) 김연수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시로 먼저 등단했다.

 

“저 친구의 등단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맞더라고요. 저도 군대에 있는 동안 시집을 열심히 읽다가 ‘나도 한번 써보자’는 생각에 시를 써둔 게 있었거든요. 누구에게 보여주고 자문을 구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시 원고를 들고 정릉 꼭대기의 저 친구 집에 찾아가 보여주었죠.”(문)

문태준씨에 따르면 그때 김연수씨는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듯 원고를 죽 보더니 ‘이대로 계속 쓰면 등단하겠네’라는 조언(?)을 했다. “그 말처럼 그대로 써서 결국 등단했죠.”(문)


습작기에서 등단 무렵까지를 더듬던 이야기는 문득 시간을 건너뛰어 김연수씨의 신작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나아갔다.

“이번 장편이 잘 팔린다면서요?”(문)

“제 소설 치고는 많이 팔린 편이에요.”(김)

“그런데 이번 소설이 불교적이라는 말이 있던데, 실제로 그런가요?”(문)

“내가 혼자라고 생각하면 삶이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죠. 굳이 살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구나 혼자가 아닌 거죠. 아무리 혼자라고 발버둥쳐도 누군가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이번 소설에 담았죠.”(김)

문태준씨의 거듭된 질문 공세에 시달리던 김연수씨가 ‘반격’에 나섰다.

 

“나이에 비해 시가 원숙하다는 평을 듣잖아요? 나이에 어울리게 쓰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김)

“원숙하다기보다 삶을 보는 시각이 약간은 불교적이기도 해서 그런 말을 듣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상상력이 고속엔진처럼 돌아가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삶이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그런 것이 시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문)

예정되었던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과 격려의 말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같이 시를 쓰거나 같이 소설을 썼다면 불편했을 수도 있겠죠. 내가 게으르거나 사기가 떨어질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입니다. 친구가 훌륭한 작품을 쓰고 있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문)

“친구의 시집을 받아서는 방에 누워서 읽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앉아서 정독하는 때가 있어요. 20년 넘게 봐 온 사이인데도 그렇게 저를 놀라게 만드는 친구가 존경스럽습니다.”(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출처 : 김천중29회,고16회(송설32회)
글쓴이 : 윤 혜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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