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성의 땅 베트남

하노이 호앙끼엠 재래시장

보리숭이 2008. 1. 6. 20:47
미국의 동남아 거점확보를 위해 벌인 무도한 침략전쟁에서 그들이 퍼붓는 포탄에 영문 모르고 죽어갔던 사람들과 그 원한에 사무쳐 총을 잡았을 남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죄로 미국의 용병으로 끌려가 싸웠던, 베트남 전사들이 등 뒤에 섰을 것만 같은 공포에 총을 난사했을 따이한들이었을 것이다. 따이한, 월남파병용사의 다른 이름.

자유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는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가시는 곳 월남땅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 마음 그대 뒤를 따르리라
한결같은 겨레 마음 그대 뒤를 따르리라

일천구백육십오륙년 중앙초등학교, 그 녹음 푸른 산자락에 앉은 교실의 3학년 시절, 아침저녁 조회와 종례, 수업시간까지 불러댔던 노래, ‘가시는 곳 월나암 땅 하늘은 멀더라도.’ 그리고 일주일이 멀다고 써야했던 위문편지, 어쩌다 답장을 받은 아이들이 맹호부대용사들이 보내준 초콜릿이 든 깡통을 하늘높이 쳐들고 의기양양할 때, 다음엔 더 잘 써서 나도 꼭 답장과 선물을 받고야 말리라는 다짐들. 대학에 와서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등 리영희 선생의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증언들을 접하고서야 비로소 나는 그 어릴 때 간절한 초콜릿과 이국에의 갈망, 무엇보다 그 목젖이 떨리게 불러댔던 군가들이 얼마나 죄악이었는가에 경악하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우리들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호통을 치셨다. 너희들이 더 큰 소리로 하늘과 땅을 울리듯 불러야 월남에 간 맹호부대 용사들이 힘을 얻어 베트콩들을 용감하게 무찌를 것이라고.


1975년 월맹은 드디어 미국과의 기나긴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1975년에서 78년까지 캄보디아와의 전쟁, 중국과의 공방. 미국의 동남아시아전략은 1968년부터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동남아지역기구(ASEAN, 1967년 결성)와 남베트남에 책임선을 두고 군사지원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 후 미국의 후퇴로 인해 남베트남의 궤멸은 시간문제였고, 1975년은 그 최후의 승리의 시각이었다. 그런데 미국과의 전쟁에서의 승리가 곧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의 안전적 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베트남의 위세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 주변국의 견제가 이루어졌고, 그것은 캄보디아와 중국과의 전쟁으로 객관화되었다.

미국과의 전쟁과정을 베트남사람들은 차분하게 두 얼굴의 삶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낮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사이공정부가 주둔하면 그에 순응하며 살고, 밤에 철수하면 북베트남 월맹의 편에 서서 외세와 부패정권에 대적해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 예술가들의 삶 또한 그 베트남사람들의 삶에서 한 발자욱도 떨어져있지 않았다.

작고 마른 어깨에 오늘도 가인(ganh 긴 대나무 막대 양끝에 바구니 같은 것을 매달아 물건을 운반하는 도구, 주로 여자들이 진다)을 균형 있게 지게 하였던 것이다. 그 가인은 베트남의 길쭉한 땅 모양새와 닮아있어서 베트남여인들이 나라를 짊어진 형상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다. 베트남의 여인들은 강인하고 기세등등하지만, 양쪽에 쌓아올린 바나나 등 과일의 무게를 지탱하며 어두운 밤길을 가는 그네들의 여린 등뒤에 내린 기이한 형태의 그림자는 과연 언제나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되비출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자본의 세계화시대에 어느 나라라고 예외 없이 사람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와는 또 다른 문제를 표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와 여성, 전쟁의 포화를 온몸으로 뚫고나온 그네들에게 세상은 또 어떻게 닥쳐왔길래 저리 무거운 짐을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공동체문화 혹은 씨족문화라고 할 만큼 하노이사람들은 서로가 아주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하노이 혹은 베트남여성들이 그리 악착같이 돈벌이에 나서는 것도 잘살게 되면 언젠가 남을 도와줄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신 선생은 전했다.

 

 수상인형극장 앞에서

 가면 가게

 신발 수선 가게

 어물 전

 개고기를 노상에서 팔고 있다.

과일 운반하는 가인(ganh)

 월남 국수를 먹고 있는 손님

 여성의 각종 운반 도구가 되고 있는 가인(ganh)

 이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시클로는 여전히 외국인들에겐 인기가 있다

 귤을 운반하는 가인(ganh)

 가인(ganh)으로 움직이는 옷가게

 

 간이 식당

 

 연탄불 붙이기(수제 연탄으로 우리 것 보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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