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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처님 일대기 2

보리숭이 2007. 4. 25. 13:06
 

 

부처님 일대기 2




7. 선혜 동자(善慧童子)와 구리 천녀(拘利天女)


아득히 먼 과거의 일이다.

세상에 연등불이 오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상 사람들은 다투어 연등불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석가모니의 전생인 선혜 동자도 연등불에게 바칠 연꽃을 구하려고 사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연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이 한 송이도 없었다.

늦기 전에 꼭 연꽃을 구해야 하는 선혜동자는 울상이 되어 사방으로 꽃을 찾아 뛰어다녔다.

그런데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연화(靑蓮花) 일곱 송이를 가진 구리 천녀라는 여인을

길가에서 만났다. 동자는 뛸 듯이 기뻤다. 그래서 동자는 천녀에게 자기가 가진 전 재산인

은전 500냥을 줄 터이니 그 연꽃을 자기에게 팔라고 말하였다. 천녀는 선혜 동자의 말을 듣고

그렇게 많은 돈을 주고 이 꽃을 사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하고 물었다.

동자는 꽃을 연등불에게 바치고 연등불로부터 내세에 성불할 수기를 받기 위해서라고 대답하였다.

또 자기 일신의 안락을 위해서가 아니고 고통에서 허덕이는 많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성불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구리 천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동자를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말하였다. "나는 이 꽃을 그대에게 그냥 드리겠읍니다.

그런데 내게도 한 가지 소원이 있읍니다. 내 소원은 다름이 아니라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동자께서 나와 결혼해 주시면 좋겠읍니다."

그러나 동자는 "나는 이미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몸이므로 지금 당장 결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만일 내세에서 만나 결혼을 한다 해도 다시 수행을 위해 출가할 때는

언제라도 헤어질 수 있다는 조건이라면 구리천녀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이미 선혜동자에게 반해 버린 구리천녀는 그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일곱 송이의 꽃을 동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섯 송이는 선혜 동자의 뜻에 따라 쓰고 두 송이는 자기의 사랑을 위해 바쳐 달라고 말하였다.

선혜 동자는 꽃을 받아 나는 듯이 뛰어서 연등불에게 달려갔다. 그 후 몇 겁의 세월이 흘렀다.

선혜 동자는 이 세상에 싯달다 태자로 태어나서 도를 이루어 부처가 되었고, 구리 천녀는

아쇼다라 공주로 태어나서 태자의 비가 되었다 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 만나 결혼은 했으나

전생에서 맺은 약속대로 태자가 성불하자 서로 부부의 인연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8. 관 밖으로 나온 석가모니의 두 발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석가모니는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구시니가라성 밖의 무성한 사라수숲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발길을 옮기면서도 계속 주위를 살피며 무엇인가 찾는 듯,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듯

마음이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멀지 않아 이 사바 세계에서의 모든 인연을 끊고

영원하고 완전한 해탈의 길을 얻는 무여열반(無餘涅槃)의 길에 오를 때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왔는데도

기다리던 제자 가섭존자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석가모니는 마침 포교 활동을 하러

먼 곳에 가 있던 10대 제자 중의 한 사람인 가섭 존자와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자

그가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끝내 기다리던 가섭존자는 오지 않았고

석가모니는 아쉬움을 안은 채 열반에 들었다. 슬픔에 잠긴 여러 제자들은 당시의 장례법에 따라

석가모니를 관 속에 안치하고 화장을 하려고 관을 불 위에 올려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관은 불에 타지 않았고 불은 모두 꺼져 버리고 말았으며, 관을 옮기려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멀리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었다는 말을 듣고 허둥지둥 달려온 가섭 존자는

석가모니의 관을 붙들고 한없이 울었다. 그러나 갑자기 관에 구멍이 뚫리고 석가모니의 두 발이

관 밖으로 불쑥 나와 가섭존자를 맞이하였다. 가섭 존자는 석가모니의 두 발에 얼굴을 비비며

두 발을 가슴에 안고 통곡하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석가모니의 마음과 가섭 존자의 마음이 이어져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슬픈

이별의 정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관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는 아무 일 없이 장례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석가모니는 가섭존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9. 흰 뼈와 검은 뼈


석가모니는 여러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풀이 무성한 산속에서 땅에 흩어진

사람의 뼈 한 무더기를 발견하고는 정중히 엎드려 절을 하였다.

그때 곁애 있던 제자 아란이 이를 보고 이상하게 여기며 석가모니에게 물었다.

"세존님, 세존님께서는 삼계(三界)의 도사요, 사생(四生)의 자부이신데

어찌하여 그런 해골바가지에게 절을 하십니까?"

"아란이여, 네가 출가하여 나를 따른지 이미 오래인데 어찌하여 아직도 이런 도리를 모르느냐?

저 해골이 전날 내 부모 형제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지금 이 속에는 옛날 나의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뼈가 섞여 있구나."

"무엇을 보시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뼈를 구별하십니까?"

"어머니의 뼈는 검고 가볍고 아버지의 뼈는 희고 무겁다. 어머니는 한 번 자식을 낳을 때마다

서 말 석 되의 피를 흘리고, 그 자식을 기르는데 여덟 섬 네 말의 젖을 먹이는 까닭이며

수태로부터 생육에 이르기까지 뼈를 깍는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네 가지 은혜가 있으나 부모님의 은혜보다 더 중한 것은 없다."

석가모니는 말을 마치고 흩어진 뼈를 한곳에 모아 고이 땅에 묻어 주었다.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일깨워 주기 위하여 석가모니는 그 많은 제자들 앞에서 손을 모으고

뜻을 거두어 해골더미에 공손히 절을 하였던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사람의 삶이란

일생 일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중중무변법계연기(重重無邊法界緣起)의 도리가

항상 우리가 사는 법계(法界)에 충만해 있는 것이다.


 

10. 설산 동자(雪山童子)의 구법(求法)


설산 동자는 설산 대사(雪山大士)라고도 하는데, 석가모니가 아득한 과거의 세상에서

보살인행(菩薩因行) 할 때 눈 쌓인 산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이름이다.

설산 동자는 오로지 해탈의 도를 구하기 위해서 가족도 부귀영화도 모두 버리고

설산에서 고행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제석천(帝釋天)은 설산 동자의 이와 같은

구도의 뜻을 시험해 보려고 아주 무서운 살인귀인 나찰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하늘 나라에서 설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설산동자에게 가까이 가서 지난날에 석가모니가

설법한 게송(偈訟)을 가운데 "제행무상(諸行無常)하니 시생멸법(是生滅法)이라"는

게문(偈文)의 반만 읊어 주었다. 이 게송을 들은 설산 동자의 마음은 비길 데 없이 기쁘고

환희로웠으며 깨달음의 등불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지금 게송을 설한 분은 누구십니까?"

고행을 하던 설산동자는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봤다.

그러나 거기에는 무서운 나찰 이외에는 다른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설산 동자는 나찰에게 물었다.

"지금 게송의 반을 읊은 자가 바로 그대인가?"

"그렇다."

"그대는 어디서 과거 석가모니께서 설하신 게문을 들었는가?

나에게 그 나머지 반도 마저 들려 주기 바란다.

만일 나를 위해서 게송의 전부를 들려 준다면 평생 그대의 제자가 되리다."

"그대 바라문이여! 그렇게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단다.

나는 벌써 며칠이나 굶어 허기에 지쳐서 말할 기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먹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묻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을 무섭게 할 뿐이니까."

"여기에는 너와 나 밖에 없으니 어서 말해 보아라."

"정 그렇다면 말하지. 내가 먹는 것은 오직 사람의 살이고 마시는 것은 사람의 피다."

설산 동자는 한참동안 생각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다면 그 뒤의 나머지 게송을 마저 들려다오.

그 반을 듣기만 한다면 나는 이 몸뚱이를 기꺼이 그대의 먹이로 바치리라."

"어리석도다. 그대는 겨우 여덟 글자의 게송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려 하는가?"

"참말로 그대는 무지하구나! 옹기 그릇을 깨고 금 그릇을 얻는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옹기 그릇을 깰 것이다. 무상한 이 몸을 버리고

금강신(金剛身)을 얻으려는 것이니 게송의 나머지 반을 들어서 깨달음을 얻는다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없다. 어서 나머지 게송이나 들려다오."

나찰은 지그시 눈을 감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나머지 게문을 읊었다.

"생멸멸이(生滅滅已)이면 적멸위락(寂滅爲樂)이니라."

나머지 게문을 읊은 나찰은 지체없이 설산 동자의 몸을 요구하였다.

이미 죽음을 각오한 설산 동자는 죽음이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대로 죽으면 세상 사람들이 이 귀중한 진리를 알 수 없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제행무상(諸行無常) 시생멸법(是生滅法)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이라는 게송을

세상 사람들에게 남기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바위나 돌, 나무, 길 등에 이 게송을 많이 써 두었다.

그리고 높은 바위 위로 올라가서 나찰이 있는 곳을 향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그러니 설산 동자의 몸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나찰은 다시 제석천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커다란 손으로 설산 동자를 받아 땅 위에 고이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제석천을 비롯하여 모든 천상의 사람들은 설산 동자 발 아래에 엎드려 찬미하였다.

제행무상(諸行無常) ....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엇이든 한결 같음이 없도다.

시샐멸법(是生滅法).... 이것이 바로 생멸하는 우주 만물 속에 내재해 있는 진정한 법칙이다.

생멸멸이(生滅滅已).... 그러므로 생하고 멸하는 것마저 이미 멸해 버린다면

적멸위락(寂滅爲樂).... 고요하고 고요한 진정한 열반의 즐거움을 얻게 되리라.



출처 : 산천초목
글쓴이 : 여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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