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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재일(사찰생태연구소장)
옛날 직지사 산문께는 장승이 서 있었다고 한다. 나이 든 토박이들은 지금도 ‘장승백이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이 장승은 임진왜란 이후 절집을 지키기 위해 세워진 수문장이다. 지금 남아있는 대둔사 장승이며, 벽송사 장승이며, 남장사 장승이며, 관룡사 장승이며 모두가 그렇게 해서 세워졌다.
장승들이 사라진 절집일수록 주변 환경이 나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황악산 직지사’. 이호신 作(30×51cm), 2000년.
요즘 직지사 산문을 돌아오는 능여계곡의 물이 몇 달째 탁류이다. 김천시가 민박마을과 문화공원을 조성한답시고 수만평의 직지사 들머리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산문 코밑에다 수백평의 대형 식당을 짓겠다고 땅주인이 나서 이래저래 직지사가 골치를 앓고 있다.
직지사 일주문 기둥은 1천년 묵은 싸리나무라는 전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느티나무이다. 절집 전설에서는 느티나무가 흔히 싸리나무로 둔갑한다. 느티나무는 무늬가 아름답고 재질이 단단해서 예부터 불상이나 사리함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전 천왕문 옆에는 사명당의 출가전설이 깃든 은행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사명당은 어린 시절 황악산 기슭에서 유학을 배웠다. 당시 주지로 있던 신묵대사가 참선 중에 천왕문 옆 은행나무 밑에 황룡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꿈을 꾸고는 급히 일어나 갔더니 한 소년이 은행나무를 베고 잠들어 있었다. 신묵은 부처님의 뜻이라 여기고 소년을 문하에 거두어 들였다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 은행나무는 지금 사라지고 없다. 절의 외양은 예전보다 커졌지만 현재 직지사에는 베고 누울 만한 큰 나무가 없다. 직지사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오늘이 그렇다.
→ 깊은 명상속의 부처나비.
응향각 댓돌 곁의 상사화가 마지막 꽃망울을 남기고 있다. 댓돌 위에 놓인 스님의 하얀 고무신과 여름 내내 짝을 해온 상사화는 절집에 있어야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다. 상사화는 옛 스님들이 중국으로 유학 갔다 돌아오는 길에 처음 가져왔다는 꽃이다. 향적전 담장 아래 옥잠화, 자주달개비, 참나리, 맥문동 등이 꽃을 피우고 있다. 배롱나무, 구기자, 불두화도 이웃하고 있다.
부처나비 한 마리가 풀잎 위에 앉아 깊은 명상에 들어있다. 우리 학자들이 굳이 부처나비라고 이름 붙인 것은 이 나비의 학명이 ‘고오타마(gotama)’이기 때문이다. 애벌레들이 주로 벼과 식물들을 먹고 자란다는 점도 다른 나비와 구별된다.
→ 직지사 사명각과 명부전 사이에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응진전 앞에는 제철을 만난 파초들이 우람하고, 사명각 주위엔 요염한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절집 안의 식생을 돌아보노라면 옛 수행자들의 생태적 안목에 놀랄 때가 많다. 은행나무를 비롯해 파초, 배롱나무, 불두화, 상사화 등도 그들에 의해 전래된 식물들이다. 특히 파초는 ‘탈속’이라는 꽃말로 해서 절집에 더욱 잘 어울린다.
비로전 석탑을 지나 황악루에 이르면 ‘염주나무’로 불리는 피나무와 경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는 측백나무와 벽오동나무가 한 그루씩 나란히 서 있다. 벽오동(碧梧桐)은 줄기 색깔이 푸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간혹 일반 오동나무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벽오동꽃은 연자주색 오동꽃과 달리 연노란색이다. 벽오동은 한 해에 한 마디씩 자라므로 마디 수를 세어 보면 나이를 알 수 있다.
산중다원에서 차 한잔을 음향하고 나서면 등산로가 보인다. 은선암, 중암, 백련암, 운수암 등의 산내 암자들이 모두 이 등산로 주변에 있다.
황악산은 이름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산세가 우아하고 부드러운 육산이다. ‘黃岳’을 더러 ‘黃鶴’으로 표기해도 용서되는 것은 황악의 산세가 학의 잔등처럼 부드럽기 때문일 것이다. 등산로도 그렇게 급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산을 탈 수 있다.
→ 은선암 오르는 길에 핀 마타리꽃.
혼효림 가운데로 은선암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 있다. 숲을 찾아들면 햇볕 좋은 풀섶들이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다. 싸리꽃, 누리장꽃, 물봉선, 맥문동, 질경이꽃, 며느리밥풀, 마타리, 까치수영, 구절초, 쑥부쟁이, 칡꽃, 닭의 장풀, 달맞이꽃, 꿀풀, 좁쌀풀… 가을을 마중 나온 꽃들이 피어있다.
여름날 은선암은 능소화가 한창이다. 높은 석벽이며 대웅전 마당이며 온통 능소화로 뒤덮혀 있다. 능소화 역시 옛 수행자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식물로 알려져 있다. 색상이 화려하고 기품이 있어서 조선 유교사회에서는 ‘양반꽃’으로 불렸다. 그래서 상민 집에서는 함부로 심지 못했다.
능여계곡은 직지사의 상수원으로, 이끼가 전혀 없는 1급수이다. 인간의 몸은 약 70%가 물이다. 몸 속의 물이 2% 부족하면 인간은 갈증에 시달리고, 5%가 부족하면 혼수 상태에 빠지며, 10%만 부족해도 생명을 잃는다. 산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수를 비롯해서 물이 5%만 부족해도 식물들이 종자를 맺지 못한다. 10%가 부족하면 그 산의 짐승들이 살지 못해 서식처를 옮긴다고 한다. 산중에 흘러내리는 물이라고 마냥 쓰고 버릴 게 아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삼거리에 관응스님이 주석하는 중암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길에서 벗어나 숲 속으로 들어서면 햇볕량이 많은 초지가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구절초, 참취, 참나물을 중심으로 한 들국화 종류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들국화류 말고 꽃꼬투리가 오리를 닮은 진범, 초롱 모양의 연보랏빛 모시대, 화려한 주홍색의 동자꽃, 바람개비처럼 생긴 흰송이풀, 분홍색의 산오이풀, 사위질빵, 각시원추리, 누린내풀, 이삭여뀌 등이 보인다. 머지않아 초롱을 닮은 더덕꽃도 피어날 것이다.
날개 가장자리가 검은 대만흰나비를 비롯하여 긴꼬리제비나비, 왕자팔랑나비, 네발나비 등이 장삼자락 휘날리듯이 날개짓을 하며 앞서 길잡이를 한다. 야행성인 나방은 숲 속에서 미동도 없이 낮잠을 즐기고 있다.
→ 홍단딱정벌레는 황악산의 생태지표이다.
황악의 숲에서 볼 수 있는 딱정벌레 가운데 가장 눈길 끄는 것은 홍단딱정벌레이다. 우리나라 딱정벌레류 가운데 가장 덩치가 좋아 몸 길이가 4센티미터에 이른다. 머리와 딱지날개는 흑록색의 금속광이 나고, 가슴께는 붉은 광택이 난다. 딱지날개는 끝이 뾰족하고 길며, 7개의 검은 혹과 세로줄이 있다. 낮에는 돌이나 낙엽 밑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직지사 숲의 생태지표종으로 이의가 없다.
백련암은 비구니 암자이다. 그래서 그런지, 백련암으로 오르는 걸음이 조심스럽다. 암자로 가는 숲길에 각시원추리 한 송이가 외롭게 피어있다. 햇볕을 찾아 사슴처럼 목을 길게 내민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바람결에 땀도 씻을 겸 그의 짝이 되어주기 위해 곁에 앉았다.
감동은 오로지 개인적인 체험이기에 같은 사물에 대해 느끼는 감동의 크기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가 자연을 사랑한 만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만큼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한 만큼 아름답다. 백련암 텃밭께 잘 자란 초피나무 두 그루가 인왕처럼 서 있다.
백련암을 내려오면 정상인 비로봉(1,111미터)까지는 운수암을 지나 쉬엄쉬엄 1시간 거리다. 더덕 냄새 풍기는 산길은 여전히 모로 누운 여인의 허리처럼 완만하고 부드럽다.
정상에 이르면 ‘비로봉’ 표석이 있고,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동북 방향으로는 추풍령을 지나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유연하게 뻗어있고 남서쪽으로는 삼도봉과 덕유산으로 산줄기가 흘러가고 있다. 포대기같은 황악의 품안에 직지사가 안겨 있다. 황악은 그대로가 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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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 직지사 www.jikjisa.or.kr
관 리 소 : 직지사 종무소 (054-436-6174)
매표소 (054-436-6175)
직지성보박물관 (054-436-6009)
개 요 : 김천역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진 황악산 기슭에 있는 직지사는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
도화상이 세웠다. 절 안 주위의 울창한 오랜 소나무와 깊은 계곡의 맑은 물, 가을의 단풍이
절경이며, 주위의 조경과 잘 어울려 있다.
경내엔 1천구의 아기부처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 비로전(일명 천불전)이 있으며, 1,000년
묵은 칡뿌리와 싸리나무 기둥의 일주문과,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전, 통일신라시
대 작품인 높이 1.63m의 석조약사 여래좌상(보물 319호)이 있다.
한편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불교연수회관이 1994년 5월에 준공되었다.
[황악산]
황악산은 김천시에서 서쪽으로 12km떨어진 소백산맥 가운데 위치하며, 예부터 학이 많이 찾
아와 황학산(1,111m)이라 불리었으나, 직지사의 현판 및 택리지에 황악산으로 되어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깊은 계곡에 옥같이 맑은 물,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화가 아름답다.
대중교통
- 경부선 열차이용(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김천역 정차)
- 고속버스,시외버스 이용
- 김천역 및 버스터미널 앞에서 직지사행 11번, 111번 시내버스 이용
(06:00-22:40,10분 간격운행,25분소요)
도로안내
- 서울→경부고속도로 추풍령 인터체인지(3시간)→국도4번(김천 방면)→지방도903번→ 직지사
- 부산→경부고속도로 김천인터체인지(2시간 30분)→국도4번(영동 방면)→지방도903번→직지사
현지숙박 : 지역번호 054
- 구미장 436-6117
- 동원장 436-6206
- 부산장 436-6205
- 세림 436-6025
- 천일 436-6038
- 아미앙서 436-6114
- 알프스 437-8993
- 김천 파크호텔 437-8000
주요문화재명 비 고
- 금동육각사리함 국보 208호
- 대웅전 삼존불 탱화 보물 제670호
- 대웅전앞 3층석탑 보물 제606호
- 비로전앞 3층석탑 보물 제607호
- 석조약사여래좌상 보물 제319호
- 한천사 출토 금동자물쇠 보물 제1141호
- 청풍로 앞 삼층석탑 보물 제1186호
- 직지사 대웅전 경북 유형문화재 215호
등산코스 : 직지사-운수암-황악산정상-동쪽계곡-직지사(12km, 5:00 소요)
정보제공자 : 1)(741-810)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 620
<사>054-436-6177 <직>054-436-7250
2)(740-820) 경북 김천시 봉산면 덕천리 646-3
직지농협장
3)(740-701) 김천시청 문화공보실(054-420-6062)
4)(740-810)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216번지 직지사 종무소
054-436-6174, fax 054-436-3174 | 작성기준일 2005년
06월09 일
* 현지사정에 따라 정보가 변경될 수 있으므로 필요한 사항을 사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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