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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웅 김연아 쇼트

보리숭이 2007. 3. 24. 18:25

 

세계 최고의 별을 꿈꾼다! 은반 위의 요정 김연아


‘모든 것을 바친 부모와 자신을 희생한 지도자들 그리고 선수의 열정.’ 삼위일체가 불모지에서 꽃을 피웠다. 김연아 선수(16·군포 수리고)가 2006년 마지막 대회인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07년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남녀 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 등 전 종목을 통틀어도 선수가 40~50명에 불과한 한국 피겨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 11월 시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 1위, 그리고 12월 17일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 이제 16세 소녀는 정상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또다시 스케이트를 신는다.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경기 중계방송에서 본 김연아 선수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옷 사이로 드러난 등에는 압박 테이프가 여러 겹 붙어 있었다.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발에 맞지 않는 부츠로 인해 무릎과 발목 통증이 허리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 와서도 물리치료를 받으며 어렵게 경기에 나섰다.

“전날까지 통증이 심했지만 경기 중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며 은반에 서자 아픔도 잊은 듯 경기에 몰입했다고 한다. 더블 악셀 점프 뒤 착지에서 약간 실수가 있었고, 트리플 점프 한 번을 빼먹었지만 나머지는 완벽했다. 점수는 1백19.14점.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5.06점)를 합하면 1백84.20점으로 자신의 역대 최고 점수(1백84.54점)에 0.34점밖에 뒤지지 않는 기록이었다.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자 뒤이어 나온 일본의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먼저 쇼트프로그램 2위였던 안도 미키는 점프를 거의 하지 못해 연기를 완전히 망쳤다. 동갑내기 라이벌인 재작년 챔피언 아사다 마오는 첫 번째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넘어지더니 후반에 한 번 더 엉덩방아를 찧었다. 우승은 당연히 김연아 선수에게 돌아갔다.

은반 위 요정 김연아의 든든한 지원군


빙상인들은 한결같이 “엄마가 꽉 붙잡고 하니까 연아가 저만큼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엄마인 박미희씨는 김연아 선수가 오전 9시에 일어나서 새벽 1시 넘어 잠들 때까지 잠자는 시간을 빼놓고는 언제나 함께한다. 경기 군포의 집에서 오전에는 태릉선수촌, 오후에는 과천실내링크로 하루 3~4시간씩 딸을 태우고 운전하는 일도, 윗몸일으키기 등 집에서 하는 체력훈련을 지도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딸과 함께한 지난 10년 동안 엄마는 코치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웬만한 기술은 직접 평가하고 가르칠 수 있을 정도다.

피겨 지도자들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피겨의 희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지원도 적었던 지난해 초까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김연아 선수는 김세열·지현정 코치를 거쳐 현재 XXX 코치 지도를 받고 있다. 국가대표 코치를 지낸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김 코치 등이 김연아를 키우기 위해 레슨비도 할인해주면서 가르쳤다”고 이들의 노력을 전했다. 심지어 해외대회에 출전할 때는 자비로 동행했고, 링크 사용료도 내지 않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이런 주위의 노력은 굳은 의지의 김연아 선수를 만나면서 결실을 맺었다.


김연아 선수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여고 1년생이다. 학교에는 시험기간에 가고, 엄마 외에는 친구도 없는 생활이 지겨울 법도 하다. 하지만 그녀의 앳된 표정 뒤에 강한 의지가 숨어 있다. “평범한 삶에 대한 생각은 몇 년 전에 버렸어요. 제 직업은 학생이기보다는 스케이트 선수라고 생각해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다. “잘하는 선수가 많아 나도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세계 정상을 향한 의지를 불태우는 김연아 선수. 그런 의지가 있기에 그녀에게 ‘세계 최고’라는 칭호가 당연한 것이리라.

■글 / 김석 기자(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