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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본사 ‘스쿨 업그레이드, 학교를 풍요롭게’ 사무국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섬유회사를 운영하다 3년 전 은퇴한 60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인은, 모교(母校)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경북 김천중학교, 김천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며 “두 학교에 필요한 게 뭔지 알려주면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성공하면 사회를 위해 뭔가 공헌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어요. 조선일보의 캠페인 기사를 보고 모교를 도울 기회라고 생각했지요.”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의 경영권도 자식이 아닌 회사 직원에게 물려줬다고 그는 말했다.
이 독지가는 “저도 남들처럼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그 시절 학교가 제게 준 건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며 “마침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있고, 좋은 기회가 왔으니 학교에 돌려주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이나 신분을 밝히기를 마다했다. 휴대전화 번호만 하나 남겼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 애정을 갖고 기부하려는데 이름을 밝힐 게 뭐 있겠느냐”고 했다. 자녀들은 이미 다 결혼했고, 초등학교 다니는 손자도 있다는 그는 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없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요즘 보니까 대학은 대기업이나 후원자들이 많이 도와줘요. 그런데 초·중·고는 돕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학교가 있고 선생님들이 계셨으니까 대학도 잘 진학했고, 오늘의 내가 있는 거지요.”
기부 약속 소식을 전해들은 두 학교는 크게 기뻐했다. 김천중학교 손용식 교장은 “빠듯한 학교 살림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며 “이 학교에서만 33년을 일했는데, 이렇게 큰 액수의 기부금 약속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반겼다. 김천중학교는 기부금이 들어오면 설치한 지 14년 돼 자주 고장 나는 방송 시설을 교체하고 싶다고 했다.
김천고등학교 강흥구 교장은 “3년 전 지은 도서관이 있는데 시설비가 부족해 교실 두 곳을 거의 비워 놓고 있었다”며 “책상만 갖다 놓은 정보검색실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책과 컴퓨터를 활용해 수업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교실을 만들면 학생들 수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정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