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학생 40%… 캠퍼스가 작은 지구같아
韓유학생 500명으로 가장 많아
1학년 때부터 취업 개별 관리해
[조선일보 양근만기자]
일본 규슈(九州) 오이타(大分)현 벳푸(別府)시. 유명 온천지로 알려진 이 시골도시의 바닷가에 ‘리쓰메이칸(立命館) 아시아·태평양
대학(APU)’이 고즈넉이 자리잡고 있다. 리쓰메이칸 대학은 일본에서는 유명한 사립대학이다.
지난 1일 APU 입학식이 열린 벳푸시 시내 컨벤션센터. 70여개 나라에서 이곳에 유학온 학생들과 학부모 수천명이 모였다. 신입생들은 자기
나라의 고유의상을 입고 나왔다. 한국에서 유학 온 여학생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었다.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밖에 안돼 한국 학부모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2000년 개교한 이 대학에는 외국 학생이 40%에 이른다. 교수도 외국인이 40%가 넘는다. 출발부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재양성을 목표로 ‘국제적인 대학’을 표방한 것이다. 총장인 몬테 카셈은 스리랑카 출신이다.
현재 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은 총 1800여명. 한국 학생이 500명 가량으로 가장 많다. 하야시 겐타로 부총장은 “대학 속에 ‘세계’가
있는 셈”이라며 “외국인 유학생 수 1, 2위인 도쿄대와 와세다대를 2~3년 안에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일어 선택해 수업 들어
이 대학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 또는 일본어로 진행된다. 같은 과목을 영어와 일어로 선택해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서로 얘기할 때 영어,
일어를 섞어 쓴다. 학생들은 이를 ‘APU 언어’라고 한다. 4학년인 김은도(여수고 졸업)씨는 “얘기할 때 한 사람은 영어로 하고, 한 사람은
일어로 얘기할 때도 있다”고 했다. 1, 2학년 때는 영어와 일어 수업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2학년을 마치면 영어와 일어 구사가
자유롭다. 2학년인 홍성윤(대원외고 졸업)씨는 “한 학기에 일어를 12학점이나 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크다. 3학년 김지연(서현고 졸업)씨는 “여러나라 학생들과 어울리는 생활 자체가 재미있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대학”이라고
말했다. 4학년 윤미리(대원외고 졸업)씨는 “학생이나 교수 모두 의욕에 넘쳐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태생의 3학년 이레네씨는 “좀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어 이곳에 왔다”며 “다른 국적의 학생들을 만나면서 나 자신이 발전하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비는 연간 280만원, 학비는 연간 1200만원 선이다. 외국 학생에게도 장학금 혜택이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