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설동창

이안삼 선생님의 정년퇴임에 즈음하여-김천중 교장 이동식

보리숭이 2006. 2. 16. 17:46

식 사

 

   오늘 식사는 근 40년을 송설학원에서 봉사하신 이안삼 선생님과 작곡가이신 인간 이안삼 선생 두 양면을 함께 바라보면서 인간 이안삼을 보다 진솔하게 조명해 보는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내용 중에 다소 과장되거나 생각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우리 송설학원 희비의 역사 과정에서 항상 대표적인 주역 중의 한 분이시며, 지나간 시절의 마지막 주요 인물이라고 해야 할 이안삼 선생을 떠나보내는 날입니다. 사실 이안삼 선생 본인은 오늘의 이 퇴임식을 극구 사양하였습니다. 새삼스레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행적을 되씹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허나 절대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제가 극구 만류했더랬습니다. 송설학원의 영욕을 혼자 몸으로 감당한 풍운아 이안삼 선생의 40년의 세월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말은 천만 부당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송설의 역사를 제대로 반추한다거나 온고지신의 의미에서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너무도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사실 이안삼 선생은 전공인 음악 특히 작곡 분야에서는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실력자입니다. 선생께서는 요즘도 왕성한 작곡활동과 연주활동으로 국내 가곡계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교육자로서는 별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40년간을 우리 송설학원에서 큰 탈 없이 버티었다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일은 참으로 흥미롭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선생의 행적을 놓고 볼 때 인간 이안삼은 타오는 불덩이 같은 정열의 소유자입니다. 꺼질 줄 모르고 쉼없이 타오르는 그 열정은 아무도 막지 못하는 불가항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선생의 열정이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질서나 가치관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었지만 이를 선생의 주체할 수 없는 창작욕과 그 활동과정의 또 다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전혀 가지 않는 바도 아닙니다. 선생의 언행은 논리나 상식으로는 해답을 얻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선생에게는 대화나 설득이란 용어는 아예 무색해 집니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이며 독선적인 분이 십니다. 그러니까 이안삼 선생은 교육자이면서도 교육을 벗어난 인물이고, 같은 동료이면서도 동료의 영역을 벗어난 인물인 것입니다.

 

상식과 논리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행동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가의 대상을 떠난 인물이라 해야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인간 이안삼의 이러한 비현실적인 독자성이 현실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난 40년간을 버틸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이안삼 선생은 치열한 내부 갈등 아니면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창작열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좌우튼 그에게는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예의나 규범적인 행동에 순응할 수 없는 체질을 지니셨고, 또한 그에 대한 관심도 전혀 없다고 해야 옳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안삼 선생은 풍습이나 관행을 무시하는 탈 현실세계를 걸어온 분이십니다. 품위와 정중함은 아예 벗어 던지고 살아왔으며, 존중이나 배려라는 단어가 사전에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평생 감사하다거나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말을 몇 번 정도 사용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안삼 선생에게는 차라리 욕설과 같은 자극적인 용어가 더욱 진솔할 수 있고, 강렬한 한방의 주먹이 그의 있는 모습 그대로라고 해야 마땅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안삼 선생은 또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정말로 지독한 개인주의자입니다. 생산과 파괴의 목적과 수단이 서로 혼재되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하고 있으며, 천재와 바보를 수시로 왕복하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인의 모습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안삼 선생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안삼 선생의 기이한 성격과 행동은 오로지 선생 자신의 치열한 창작열과 독창적인 예술적 자질 그리고 동물적인 순수성이 뒤엉겨 표출되는 하나의 복합현상으로 파악할 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이안삼 선생이 지난 40년을 송설에서 버틸 수 있었던 두 번째 원인은 이안삼 선생의 이러한 예술성과 순수성이 뒷받침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60년대 이후 송설의 풍운아이고 열정적인 예술가이며 흘러간 시절 유아독존의 전형적인 인물인 이안삼 선생이 이제 거추장스럽기만 했던 교직이란 옷을 벗으려고 합니다. 이안삼 선생 본인으로서는 시원하다고 하시지만 학교로서는 미련과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듣기에는 선생께서는 교직을 떠나시더라도 할 일이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작곡해야할 작품도 밀려있고, 작곡 발표회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이제 그만 쉬셨으면 하는데도 끊임없이 할 일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선생님을 말릴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물론 사모님도 건강하십니다. 자녀 역시 훌륭히 성장했습니다. 한의사인 장남과 치과의사인 며느리, 교직의 길을 걷고 있는 따님과 의사 사위, 공직에 몸담고 있는 차남, 이처럼 자녀들 모두가 각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부러울 게 없는 만년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못다푼 예술적 정열을 다독이며, 선생님과 사모님 두분이 오롯이 정담을 나누면서 지난날을 조용히 음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늘 건강하셔야 합니다. 술도 절제하시고 몸을 너무 혹사하지 말아야 합니다. 걷고 달리기도 부지런히 하셔야합니다. 그러면서 학교에도 자주 들리시어 격려도 해 주셔야 합니다.

 

끝으로 선생님의 건승과 가정의 행운을 빌면서 식사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