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설동창

[초대] 송설41회 금릉 김현철의 '眞景' 전시회

보리숭이 2016. 10. 19. 10:32

초대합니다.

금릉 김현철의 '眞景'

전시기간 : 2016.10.27-11.8
(오전 10시 ~ 오후 6시)
초대일시 : 2016.10.27(목) 오후 5시
전시장소 : 한벽원갤러리



금릉 김현철의 ‘眞景’

 

 

장준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금릉 金 陵 김현철 金 賢 哲 은 1990년대 이래 산수화와 초상화의 연구 및 창작에 매진해왔다. 이번 ‘진경 眞 景 ’전에서 그는 산수화 근작을 선보인다. 그의 첫 개인전이 1996년이었으니 셈해 보면 이번 전시는 20년만이다. 그의 한결 같은 전통에의 천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김현철은 어느 누구보다도 전통적 성향을 지닌 작가이다. 동아시아 회화의 고전인 곽희 郭 熙 의

<조춘도早春圖>, 조선시대의 대표적 기록화인 <북새선은도北塞宣恩圖> 등의 임모臨摹는 그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들이다. 이처럼 그가 오랫동안 전통에 집착해온 이유는 수묵 채색화의 근원에 대한 탐구를 통해 우리의 것을 바로 알고, 다시 그 지점에서 새로움을 창조 하고자 하는 태도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즉 동아시아 예술론에서 핵심적 사항이었던 ‘법고창 신’의 실천이었던 셈이다.

그간 김현철이 산수화를 그려오면서 가장 중요한 전범 典 範 으로 삼았던 것은 산수화의 경우 조선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를 완성한 겸재謙齋 정선鄭敾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정선의 화 풍을 그대로 재현하였던 것은 아니다. 김현철이 추구한 것은 정선 작품의 핵심을 연구, 이해    한 뒤 이를 다시금 체화 體 化 시켜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의 20여년 에 걸친 산수화의 전개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선에 대한 그의 학습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는데 2000년경부터 이미 자신의 색깔을 뚜렷이 드러냈다. 김현철은 다양한 구도, 장된 비전(vision), 여백 효과의 활용, 채색의 적극적 도입 등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

2007년에는 계화 界 畵 로 볼 수 있는 <경복궁복원도>를 그리기도 했는데, 이는 이후 조선시 대 의궤화 혹은 궁궐도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또 이를 기존의 산수화풍과 한 작품에 결합시 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반도의 자연을 사의적 寫 意 的 화풍으로 재현한 정선의 화풍과 우리네 궁궐을 정밀하게 묘사하는데 활용된 궁중기록화의 화풍을 종합하여 자기화한 것이다. 물론 정 선의 작품에서도 훌륭한 계화를 찾아볼 수 있지만, 김현철과 같이 작품에서 중점적 요소로 활 용되진 않았었다. 이러한 면에서 진경산수와 기록화가 하나가 된 창의적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후 그의 작품은 2010년을 전후한 시기의 제주도 체재 滯 在 와 더불어 크게 변모한다. 아름 다운 자연을 갖춘 제주도의 환경이 작품에 영향을 준 것이다. 제주도의 다양한 경치가 작품의 제재가 되었으며, 화풍 또한 달라졌다. 보다 간결해진 화면 구성과 함께 강조된 여백이 눈에 띈다. 또한 묘사 역시 보다 큰 필치로 대상을 요점적으로 나타내는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짙 푸른 채색의 적극적 도입 또한 새롭게 나타난 중요한 요소이다. 이는 사면이 푸른 바다로 둘 러싸인 제주도의 바다에서의 시각적 경험에 따른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무렵부터 그의 작품은 경치의 사실성에 주력하기보다 그 성질을 드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   고 대상에 대한 표현력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그의 의도가 ‘산수의 전신 傳 神 ’에 한층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 ‘진경’전의 출품작들은 이러한 그의 최근의 작품 성향을 잇고 있다. 그렇지만 나무나 바위, 산의 표현에 있어서 먹의 필치가 강조된 점, 이를 면적 面 的 으로 처리한 짙푸른 색의 수 면과 대비시킨 점, 화면 전반의 묘사를 최소화시킨 점 등은 최근작에서 보이는 새로운 요소들 이다. 이러한 점들은 전통시대 문인화文人畵의 지향指向과도 통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또한


 

해경을 海 景 그리면서 화면의 반정도를 차지하는 수면을 기존의 짙푸른 색 대신 먹으로 처리한 작품은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화풍은 그가 근래에 사용하기 시작한 아사천의 독특한 질감과 어우러져 보다 그윽한 화면을   보여준다.

김현철의 최근작을 살펴보면 그의 자연에 대한 인식과 작품에 대한 태도, 화풍에 있어서 어 느덧 정선이 추구하던 ‘진경’에 한층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된다. 본래 정선이 작품에서 추구한 바는 실제의 산수를 사진기처럼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수의 본질과 그 산수에 반응하  는 작가의 정서를 화폭에 재현하는 것이었다. 정선에 대한 학습으로부터 산수를 시작한 김 현철이었지만 이제 작품의 시각적 측면에서는 정선과의 관련성은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산 수의 본질을 포착하고, 이를 체화하여 그린다는 성격적 측면에서는 더욱 유사해졌다. 김현   철의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을 다름 아닌 ‘진경’이라 부를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