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중고

자율형 사립고- 김천고 나병률 교장

보리숭이 2011. 4. 5. 08:15
선택! 자율형 사립고-<6> 김천고 나병률 교장
 
기사 입력시간 : 2011-04-03 20:53
 
 “김천고를 영남의 민사고(민족사관학교)로 만들겁니다.”
80년 전통의 경북 김천고가 2009년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전환을 계기로 중흥을 꾀하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궁중 여류시인으로 활동한 최송설당 여사(1855~1939)가 1931년 2월 사는 집을 제외한 전재산을 민족 교육사업에 희사하면서 설립된 김천고는 한때 경북 수재들이 몰려드는 인재 배출의 요람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대부분 학교관계자들은 10년이 채 못됐다고 기억을 더듬는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로 우수 자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학교는 그 옛날 명성을 점차 잃어 갔다.

나병률 교장(59ㆍ1970년 김천고 졸업)은 지난 달 30일 대구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가 갈수록 우수자원들이 들어오지 않자 동문들이 중심이된 재단에서 고민이 많았다. 특목고를 갈 것인지, 혁신도시로 학교를 옮길 것인지 등등. 이에 충남 서산의 염전을 처분해 2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 자사고로의 전환을 결단했다.”고 전했다.

재단은 2010년 한해 전입금으로 17억여원을 학교에 투자했고, 이에 힘입어 김천고는 2011학년도 신입생을 전국 단위로 모집한 대구ㆍ경북지역의 유일한 자사고가 됐다.
올해 신입생 278명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김천이 42%가량인 116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구미 78명, 칠곡 17명, 상주 14명, 안동ㆍ대구 각각 9명, 경산 6명, 경주 4명, 포항 3명, 그외 경북지역 5명 등이었다. 대구ㆍ경북을 제외한 다른 시ㆍ도에서 온 입학생은 17명이었다.
나 교장은 “우리 학교는 일제의 압박속에서 나라를 이끌 지도자 양성을 위한 집념으로 세워진 민족학교”라며 “글로벌 리더로 크고자 하는 전국의 우수인재들이 문을 두드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학생 선발은
신입생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뽑는다. 이는 과고나 외고의 입시방식으로는 사교육의 폐단을 막기 힘들다고 판단한 교과부가 새로운 입시전형 방안으로 도입한 것으로 대구의 자사고(4곳)는 2012학년도 신입생모집에 실시한다.
전형은 1,2단계로 총 360점을 만점으로 한다. 1단계에서는 내신(240점)과 서류전형(60점) 점수를 합산해 모집정원의 1.2배수를 선발한다. 이후 2단계 면접(60점)에서 최종 인원을 뽑는 것이다. 나 교장은 1단계 서류전형과 관련해 “중학교 학생부 기재사항과 학습계획서를 주로 보는데 전자에서는 봉사활동ㆍ출결사항ㆍ체험학습활동 등을, 후자에서는 진로계획과 독서활동 등을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면접에서는 제출한 서류의 진위여부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규 입학담당관 2명 등 모두 6명의 선발요원을 두고 있으며 내년도 전형도 이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교장은 “점수따기식 공부보다는 다양한 독서와 토론 수업을 통해 사고력과 비판력을 키우며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 우리 학교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업은
영어와 수학수업은 일반고에 비해 3시간을 더 배정했다. 특히 1학년 수학은 1학기에 모두 끝내도록 편성했다.
주요 교과인 국ㆍ영ㆍ수는 1학급 35명씩 2학급 70명을 학생들의 학업수준에 따라 상ㆍ중ㆍ하로 실시하며 교과교실제로 운영된다. 사회와 과학은 진로에 따른 선택으로 운영하며 학생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과목은 배우지 않도록 하는 대신 전문교과, 대학선이수교과 등을 이수케하여 우수학생들의 수월성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평일 야간과 주말에 60여개의 특강을 개설, 학생 수준과 필요에 따라 직접 과목과 교사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나 교장은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수월성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라며 “교육의 최종 수요자인 학생의 요구에 부응하기기 위해 학생 5명 이상이 원하면 특강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1년은 민사고처럼 1학기(2월~6월), 2학기(7월), 3학기(9월1일~12월)로 운영되며 섬머 세션인 2학기는 하고 싶은 공부를 신청해 대학식으로 보충 심화학습을 하고, 수학여행 및 체험활동들이 이뤄진다. 올해부터 해외유학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교생 800여명 중 절반인 40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 대입성적은
‘2011학년도 입학안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서울대 합격자는 54명이며 의ㆍ약학계열 합격자는 57명으로 나타났다. 대입성과의 기준점이 되는 서울대만 본다면 한해 평균 5.4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셈이다.
나 교장은 대입 성과를 묻자 “서울대 1~2명 정도로 (성과랄 게) 아직 없다”면서 “그러나 현재 자사고 1기생(2학년) 가운데서는 서울대 10명을 포함해 연ㆍ고대까지 30명, 2기생(1학년)은 50명까지 생각할 수 있고 유수 해외대학 유학도 5~10명 정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완상 전 부총리,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현 송설당 교육재단 이사장), 박정수 전 외통부장관 겸 국회의원, 이종대 전 유한킴벌리 회장, 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 현 배영호 코오롱 사장, 송석환 동진기업 회장, 고병헌 캐프그룹 회장,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 성영목 신라호텔 사장, 이태희 두산 사장, 핵물리학자 이창환, 시인 문태준, 임인배 전기안전공사 사장, 이철우 국회의원 등은 김천고가 자랑스런 동문들로 소개한 이들이다.
이들 동문들은 모교가 자사고 전환을 결단하자 장학재단 설립(목표기금액 100억원)으로 모교 중흥에 발벗고 나섰고 올해 신입생들에게 장학금 2억원을 주었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