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설동창

42년 만에 못 가본 수학여행을 간다 - 송설39 임재수

보리숭이 2015. 10. 12. 15:11

수학여행을 간다.

수학여행을 간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간다.

우리 동네에서는 나혼자 떠난다.

신난다 교복 빌려 입고 단체 사진도 찍는단다.

이웃 K여고 학생들도 끼인단다.

여행비 낼 돈이 없어서 못 가는 친구도 있고, 과수원 사과 따는 아버지 도우려고 못가는 친구도 있으며, 아버지 대신 곶감 깎을 준비를 하느라 불참하는 친구도 있고, 군인 올림픽 때문에 비상 근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불참하는 친구도 있는데..

얼씨구 좋구나 우리 동네에서는 나만 수학여행을 갈수 있다.

먼저 가신 어미니를 대신하여 아버지 뒷수발하니라 못가는 친구야 나만 놀러 가게 되어서 미안하구나.

 

역사 문화 유적지를 찾아서 거기에 스며 있는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 보며, 산업의 현장을 돌아 보고 발전하는 조국의 현실에 자부심을 만끽하며,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기어 호연지기를 연마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은 극소수의 모범생에게는 지당한 말씀이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수학여행 생각만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라고 민태원의 청춘예찬을 흉내 내서 내 감정을 표현해 본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즐거움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기차안에서 목이 터져라 "뷰티펄 썬데이" 부르고, 기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 무엄하게도 학생과장 선생님의 뒤통수를 쥐어 밖는 일은 상상만해도 가슴이 짜릿해 온다.숙소에서 자고 아침 일찍 출발한 전세버스가 무리지어 등교하는 여고생들 옆을 통과할 때 주소가 적힌 쪽지를 수십장 뿌리는 친구의 용의 주도함을 부러워했던 기억도 있다.

칠성 사이다 병에 금복 사이다를 넣어서 온 친구도 있었고, 이층 숙소에서 허리띠를 연결하여 두레박(모자)을 매달아 담벽 밑에 접근한 상인과 접선하여 소주를 퍼 올리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마신 금복 사이다에 맛이간 어느 친구는 기고만장하여 바로 이웃한 여인국을 염탐하러 갔다가 혁혁한 공을 세우기는 커녕 생포되어 포로로 송환되어 왔다는 웃지못할 전설도 있다.

 

다가오는 10월 9일 1박2일의 일정으로 고등학교 동기회에서 추억의 수학여행을 떠납니다. 경주로 간답니다. 사실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수학여행은 갔지만 그 이후로 수학여행을 가지 못햇습니다. 그래서 앞의 이야기(악동들의 이야기, 못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은 사실과 귀동냥 그리고 상상이 가미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그 때 못갔던 수학여행을 42년이 지난 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설레이는 모양입니다.

아 중학교 이후 수학 여행을 못 갔다는 말은 거짓말이 되었네요. 스물 여덟 살 이후에 가끔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임재수님은 송설39회로 상주중, 김천고를 졸업하고 경대사대를 졸업한 후, 풍양고, 포항고, 중동중, 화령고, 상산고, 상주여고, 문경서중, 내서중, 공검중, 안계고 등 여러 학교를 근무하고 중모중에서 2013년 2월 명예퇴직함